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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날짜를 달력에 표시해 두고 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자금담당자로 일하면서 수조 원 단위의 회사채를 롤오버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 긴장감이 몸에 배어 있어서인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3%로 올렸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남의 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2,000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를 안고 있는 지금 이 상황, 과연 우리는 어디쯤 와 있는 걸까요.

금리인상 배경 — 한국은행은 왜 두 달 연속 올렸을까
한국은행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을 두고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을 피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표현했습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기자회견장에서 이 속담을 반복해서 인용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공식 석상에서 속담까지 꺼낸다는 건, 그만큼 지금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신호라고 저는 읽었습니다.
한국은행이 피하려는 상황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 기대인플레이션 고착화 — 사람들이 "물가는 계속 오를 것"이라고 믿기 시작하면 실제 물가가 더 오르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여기서 기대인플레이션이란, 소비자와 기업이 미래 물가 수준을 어떻게 예상하느냐를 수치로 나타낸 지표입니다.
- 채권 금리 및 환율 상승으로 인한 기업·수출 환경 악화 — 미국과의 금리차가 벌어지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더 안전하고 금리도 높은 미국 자산으로 자금을 옮깁니다. 그 결과 국내 증시와 채권 시장이 위축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입비용과 소비자 물가를 자극합니다. 제가 자금담당자 시절 매일 아침 확인하던 시장 금리가 바로 이 흐름에 즉각 반응했던 기억이 납니다.
- 수도권 부동산 가격의 통제 불능 — 한국은행은 이번 금리인상이 주택 가격 상승세를 억제하는 데 일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한국은행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3%로 기존보다 0.7%포인트 상향 조정됐습니다(출처: 한국은행).
반도체 수출 호조가 성장을 이끌고 있는 덕분입니다. 다만 이 성장이 반도체 밸류체인과 연결되지 않은 다수의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에게는 체감이 거의 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성장 지표는 올라가는데 제 주머니 사정은 왜 더 팍팍해질까, 하는 느낌이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대출이자 충격 — 변동금리가 먼저 뛰고, 예금금리는 왜 느릴까
대출이 있으신 분이라면 지금쯤 이런 의문이 드실 겁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와 예금금리가 같이 올라야 하는 거 아닌가? 저도 직장생활 내내 대출을 안고 살면서 25bp(베이시스포인트, 0.25%포인트를 의미하는 금융업계 단위)가 올라갈 때마다 매달 납부하는 이자가 얼마나 늘어나는지 직접 계산해봤습니다. 그 금액이 소소해 보여도 쌓이면 처분가능소득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는 걸 몸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출금리와 예금금리가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 이유는 구조적입니다.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코픽스(COFIX)를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코픽스란 은행이 자금을 조달할 때 드는 평균 비용을 나타내는 지수로, 시장 금리 변화가 곧바로 반영됩니다. 7월 신규 코픽스는 4개월 연속 상승했고, 그 결과 은행권 변동금리 상단은 이미 5%대에 진입했습니다. 반면 예금금리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설정하는 영역이라 상승 속도가 훨씬 더딥니다. 예대금리차(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격차)가 2.22%포인트까지 벌어진 게 그 증거입니다.
실제로 10억 원 규모의 대출을 가진 중소기업 사례를 보면, 올해 초 4%대였던 금리가 6%대로 오르면서 월 이자만 150만 원 넘게 늘어났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출처: KBS뉴스). 이 숫자가 개인 가계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된다고 생각하면, 지금 변동금리 대출을 안고 있는 분들의 부담이 얼마나 커졌는지 가늠이 됩니다.
고정금리는 이미 상단이 7%를 넘어섰습니다. 원리금상환비율(DSR)이 1%포인트 오를 때 고부채·저소득 가구의 소비는 0.47%포인트 감소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여기서 DSR이란 연간 총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로, 빚 부담이 소득 대비 얼마나 무거운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빚이 많고 소득이 적을수록 금리 인상의 타격이 훨씬 클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한계가구 전망 — 추가 인상이 온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앞으로 금리가 어디까지 갈지, 이게 지금 가장 궁금한 질문일 겁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공개한 점도표를 보면 6개월 이내에 3.25%로 한 번 더 오를 가능성이 우세합니다. 점도표란 금리 결정 회의 참석자들이 적정하다고 보는 금리 수준에 점을 찍어 시각화한 도표로, 시장 참여자들이 향후 금리 방향을 가늠하는 데 활용하는 지표입니다. 제가 자금담당자로 일할 때 금통위 회의일(매년 8회, 두 번째 주 목요일)을 달력에 동그라미 쳐두고 회사채 발행 스케줄을 짰던 것도 바로 이 점도표와 시장 예상치를 분석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문제는 추가 인상이 현실화됐을 때 파급효과입니다. 저는 지금 두 가지 흐름이 특히 걱정됩니다.
첫째는 한계가구의 증가입니다. 한계가구란 현금성 자산과 소득으로 원리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인 가계를 의미합니다. 2,000조 원이 넘는 가계부채 중 변동금리 비중이 2014년 이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가 조금만 더 올라도 한계가구로 전락하는 가구 수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좀비기업 문제입니다. 좀비기업이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면서도 구조조정 없이 연명하는 기업을 뜻합니다. 금리가 오를수록 이 기업들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고, 연쇄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반도체 밸류체인 바깥에 있는 중소기업 대부분이 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8월 소비자심리지수가 넉 달 만에 하락 전환한 것도 이런 불안 심리를 반영합니다. 성장률 수치는 좋게 나와도 체감 경기가 나쁜 이유는, 성장의 과실이 반도체 중심으로만 집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리 인상이 과연 호미 정책으로 끝날 수 있을지, 아니면 더 큰 가래를 써야 하는 상황이 올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한국은행이 이번 연속 인상을 "호미 정책"이라고 명명한 것, 저는 꽤 솔직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호미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물가가 실제로 잡히고, 수도권 부동산이 안정되며, 환율이 예상 궤도로 내려와야 합니다. 세 가지가 모두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더 큰 가래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제가 지금 가장 주의 깊게 보는 지점은 변동금리 대출 비중입니다. 2014년 이후 최고 수준이라는 건, 금리 인상의 충격이 과거 어느 시기보다 가계에 직접 전달되는 구조라는 의미입니다. 추가 인상 여부와 관계없이, 지금 본인의 대출 구조와 이자 부담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는 것이 합리적인 대응이라고 판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