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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 시킬지 고민 끝, 재고조사로 끝나는 발주 (11일 치, 주문량, 방학)

Extra Wage 2026. 11. 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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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게를 하다 보면 일주일에 몇 번씩 같은 고민을 합니다. 이번엔 이걸 몇 상자 시켜야 하나. 많이 시키면 냉장고가 넘치고 재료가 상하고, 적게 시키면 바쁜 날 재료가 떨어집니다.

    저는 호주에서 11년째 테이크어웨이 가게를 운영하며 가게 3곳의 발주를 직접 합니다. 이 고민을 엑셀 표 하나로 끝냈습니다. 지금은 품목마다 몇 개를 시킬지 생각하지 않습니다. 표에 현재 재고만 적으면 주문량이 바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 방법을 정리해 봤습니다.

     

    재고조사부터 배달까지 4일, 그래서 적정재고는 11일 치

    제 가게의 주요 공급업체는 4곳입니다. 모두 시드니에 있는데 가게들은 시드니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배달은 업체마다 일주일에 한 번만 옵니다. 한 곳은 목요일에 재고를 조사하여 주문하고 다음 주 월요일에 받습니다. 나머지 세 곳은 일요일에 재고를 조사하여 주문하고 수요일에 받습니다.

    주문 방법은 업체마다 다릅니다. 목요일 업체는 온라인으로, 일요일 업체 중 두 곳은 이메일로, 한 곳은 카카오톡으로 주문합니다.

    배달은 일주일에 한 번뿐인데, 가게는 20제곱미터, 6평 남짓이라 재료를 넉넉히 쌓아 둘 공간도 없습니다. 그래서 한 번 주문할 때 다음 배달까지 쓸 양을 정확히 맞춰야 합니다. 그래서 적정재고의 기준은 "다음 배달이 올 때까지 버틸 양"입니다.

    • 목요일 주문, 월요일 배달: 일주일 7일 + 배달까지 4일 = 11일 치
    • 일요일 주문, 수요일 배달: 일주일 7일 + 배달까지 3일 = 10일 치

    재고조사 날부터 물건이 도착하는 날까지도 재료는 계속 쓰입니다. 이 며칠을 빼먹으면 배달 직전에 재료가 바닥납니다. 그래서 일주일 치에 배달까지 걸리는 날수를 더해 적정재고를 잡습니다.

     

    요약: 적정재고는 일주일 치에 주문부터 배달까지 걸리는 날수를 더해 정합니다. 목요일 주문, 월요일 배달이면 11일 치, 일요일 주문, 수요일 배달이면 10일 치입니다.

     

    적정재고에서 현재 재고를 빼면 주문량이 나온다

    엑셀 발주표는 공급업체별로 한 장씩 만듭니다. 품목 코드와 이름, 포장 규격, 단가가 앞에 있고, 그 옆에 가게별 적정재고, 현재 재고, 주문 수량과 금액, 마지막에 세 가게 합계가 있습니다. 주문하는 순간 품목마다 몇 개를 얼마에 사는지 바로 보입니다.

    계산식은 하나입니다. 적정재고에서 현재 재고를 빼면 그 가게의 주문량이 됩니다. 예를 들어 적정재고가 33개인데 지금 17개가 남아 있으면 16개를 주문합니다. 공급업체에는 가게별 주문량을 보냅니다. 합계는 품목마다 모두 몇 개를 주문하는지 제가 한눈에 보려고 만든 칸인데, 공급업체도 전체 주문량을 확인하기 편해합니다.

    가게 3곳의 적정재고, 현재 재고, 주문량을 정리한 엑셀 발주표
    재고조사 날 노란 칸에 현재 재고만 적으면 가게별 주문량과 합계가 바로 계산됩니다

    재고조사 날에는 노란 칸(현재 재고)만 채웁니다. 나머지는 엑셀이 계산합니다. 품목마다 몇 개를 시킬지 고민하던 시간이 사라졌고, 주문이 간단하고 빨라졌습니다. 한 공급업체 담당자는 감이 아니라 계산으로 주문하는 가게를 처음 본다며 놀라워했습니다. 그분은 나중에 시드니에서 음식점을 열어 크게 성공했습니다.

    뜻밖의 장점도 있습니다. 매주 직원들이 재고조사를 하다 보니, 품목별 수량은 물론 냉장고와 냉동고 안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까지 정확히 압니다. 있는 재료를 모르고 또 주문하는 일이 없고, 좁은 공간도 효율적으로 쓰게 됩니다.

    다만 이 표가 맞으려면 재고조사를 정확히 해야 합니다. 또 적정재고는 평소 판매량을 기준으로 잡은 숫자라, 갑자기 손님이 몰리는 날까지 알아서 맞춰 주지는 못합니다. 엑셀은 계산을 대신해 줄 뿐, 판단까지 대신해 주지는 않습니다.

     

    요약: 적정재고에서 현재 재고를 빼면 주문량이 나오도록 표를 만들면, 재고조사 날 숫자만 적어도 주문이 끝납니다. 다만 재고조사를 정확히 하는 것은 사람의 몫입니다.

     

    방학이 오면 적정재고를 다시 맞춘다

    적정재고는 한 번 정하고 끝나는 숫자가 아닙니다. 호주는 1년에 학교 방학(School Holiday)이 네 번 있고, 방학이 되면 가족 손님이 늘어 매출이 오릅니다. 그래서 방학이 시작될 때마다 적정재고를 올립니다.

    가장 크게 바꾸는 때는 12월입니다. 연말 휴가철에는 매출이 평소의 두 배 정도로 뛰고, 이 기간이 40일 가까이 이어집니다. 그래서 12월~1월용 시트에 품목마다 평소 적정재고보다 몇 개를 더 주문할지 적어 두고, 그 수량만큼 적정재고를 크게 올립니다.

    재고가 늘면 보관할 곳이 모자랍니다. 그래서 집에 예비 냉동고를 두고, 가게에 다 들어가지 않는 재료는 집의 냉동고와 냉장고에 잠시 보관합니다. 그래도 예상보다 손님이 많아 재료가 떨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제가 직접 차를 몰고 시드니의 공급업체까지 가서 물건을 받아 옵니다.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재료를 버리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상품도 같은 원칙으로 관리합니다. 그날 만든 것은 그날 다 팔고, 마감 1시간 전부터는 남은 상품을 해피아워로 할인해 소진합니다. 그래도 남은 것만 폐기하니 버리는 양이 아주 적습니다.

    호주에서는 한 해에 약 760만 톤의 음식이 버려지고, 그중 16%인 약 120만 톤이 식당과 카페 같은 외식업에서 나온다고 합니다(출처: Restaurant & Catering Australia, 2026.4).

    버린 재료는 그대로 비용입니다. 넉넉하게 시켜 두면 마음은 편하지만, 그 편한 마음의 값은 결국 쓰레기통으로 들어갑니다.

     

    요약: 방학처럼 손님이 느는 시기에는 적정재고를 미리 올리고, 매출이 두 배가 되는 12월에는 더 크게 올립니다. 목표는 모자라지도 남지도 않게 맞춰 재료를 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결론

    발주는 감이 아니라 계산입니다. 다음 배달까지 며칠을 버텨야 하는지로 적정재고를 정하고, 거기서 현재 재고를 빼면 주문량이 나옵니다. 이 원칙을 엑셀 표 하나에 담아 두면, 발주는 재고조사만 남습니다.

    가게를 하신다면 가장 많이 쓰는 재료 다섯 가지만이라도 이렇게 표로 만들어 보세요. 공급업체의 주문일과 배달일, 하루 사용량만 알면 됩니다. 그리고 방학이나 연말처럼 손님이 느는 때가 오기 전에 적정재고를 한 번씩 고쳐 주세요. 그것만으로도 재료가 떨어져 손님을 돌려보내는 날과 남은 재료를 버리는 날이 함께 줄어듭니다.

    참고: Food Waste in Hospitality (Restaurant & Catering Australia)

    글쓴이 | Extra Wage
    한국 유통 대기업에서 22년 동안 회계·세무·자금 업무를 맡아 CFO로 퇴직했고, 지금은 호주에서 11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직접 겪은 경험으로 한국과 호주의 장사와 제도 이야기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