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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호주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한국에서 몸에 밴 운전 습관 때문에 운전 중 자주 교통경찰에게 잡혔습니다. 반복해서 벌금을 내고 나서야, 결국 제 운전 습관 자체를 바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큰 벌금을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백미러로는 알아챌 수 없던 경찰차
호주 고속도로 순찰차는 앞면은 출고 당시 모습 그대로 두고, 옆면과 뒷면에만 식별용 도색을 합니다. 정면에서는 일반 승용차와 구분이 안 되고, 경광등도 얇아서 룸미러로는 뒤차가 경찰차인지 알아채기 어렵습니다.
그러다 따라오던 경찰차의 경광등이 번쩍였고, 저는 갓길에 차를 세우고 위반 사실을 확인하는 서류에 서명을 했습니다. 반복되다 보니 교통경찰만 봐도 심장이 뛰는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당시 국제면허증은 벌점이 누적되지 않아 면허정지는 피했지만, 반복된 벌금은 제 운전 습관 자체를 바꿔놓았습니다.
처음에는 호주 운전자들이 규정 속도를 너무 잘 지키는 걸 보고 '선진국이라 그런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유는 시민의식이 아니라 벌금이었습니다. 빅토리아 고속도로에서는 차들이 제한속도에 맞춰 한 줄로 늘어서 달리는데, 현지에서는 이를 '빅토리안 셔플'이라 부릅니다. 차가 거의 없는 한적한 코너의 스톱사인 앞에서도 모든 차가 완전히 멈춰 섭니다. 한국이었다면 서행하며 지나쳤을 길입니다.
실제로 한국교통안전공단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보호구역 횡단보도에서조차 일시정지 준수율은 5.5%에 불과했습니다. 국민의 92.1%가 의무를 알고 있다고 답했는데도 그렇습니다. 몰라서 안 지키는 게 아니라, 알면서도 지키지 않는 겁니다.
숫자로 보면 한국이 더 위험하다
2025년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는 2,549명, 호주는 1,314명입니다(출처: 경찰청·한국도로교통공단 '2025년 교통사고 통계', 호주 BITRE). 인구 10만 명당 사망률은 한국 4.9명, 호주 4.8명으로 거의 같습니다. 하지만 이 비교는 두 나라의 자동차 보유 구조를 무시합니다. 호주는 대중교통이 부족해 성인 한 명당 차 한 대가 필수지만, 한국은 가정당 1~2대로 충분합니다.
그래서 등록 자동차 대수로 다시 계산해봤습니다. 자동차는 한국이 약 2,651만 대(출처: 국토교통부 '2025년 말 자동차 등록 현황'), 호주가 약 2,230만 대(출처: 호주통계청)로 19%밖에 차이 나지 않는데, 사망자는 94%나 더 많습니다.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는 한국 약 0.96명, 호주 약 0.59명으로, 한국이 약 1.6배 높습니다. 다만 이건 제가 직접 나눠본 2025년 수치입니다.
참고로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0년 공식 수치는 한국 1.1명, OECD 평균 0.8명으로, 한국이 OECD 평균의 1.4배였습니다. 2020년 1.1명에서 2025년 0.96명으로 개선됐지만, 호주와의 격차는 여전합니다.
NSW의 벌금은 한국과 차원이 다르다
제가 사는 NSW 기준으로 보면, 10km/h 미만 초과도 254달러(약 23만 원)로 한국의 저속 초과 과태료(3~4만 원)보다 6배 이상 높습니다(출처: NSW 주정부, 도로교통법 시행령). 45km/h를 초과하면 벌금이 약 260만~300만 원에 달하고, 경찰은 현장에서 면허를 정지시키거나 차량을 압류할 권한까지 갖고 있습니다(출처: NSW 주정부). 실제로 110km/h 구간을 163km/h로 달린 운전자가 차를 3개월간 압류당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결론
벌금이 제 운전 습관을 바꾼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호주의 인구 10만 명당 사망률은 2020년 이후 매년 3%씩 늘어 벌금의 세기와 무관하게 사고 자체는 증가하고 있는것 처럼 보이지만 같은 기간 등록차량 1만 대당 사망률은 오히려 10년간 8.9% 줄었습니다(출처: 호주 BITRE 국제비교 보고서). 즉 벌금이 증가할수록 그 직접 대상인 운전자의 안전은 확실히 개선되고 있는 셈입니다.
저는 그 효과를 제 몸으로 직접 겪었습니다. 한국에서 20년 넘게 바뀌지 않던 습관이, 호주에서는 몇 번의 벌금만으로 바뀌었습니다. 강력한 규제는 분명 행동을 바꿀 힘이 있고, 저는 그 힘이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현격히 줄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법을 지키는 시민의식은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때로는 지갑에서 나가는 돈이 가장 확실한 교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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