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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호주 집 사는 데 한 달, 한국은 하루 (쿨링오프, 컨베이언서, 하자)

Extra Wage 2026. 10. 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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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렌트 편에 이어, 이번에는 집을 사는 과정을 비교해 보려 합니다. 저는 아직 외국인 신분이라 호주에서 집을 사지 못하고 준비만 하고 있습니다. 대신 주택 구매에 관심이 많아 지인들이 집을 살 때마다 옆에서 거들다 보니, 오퍼부터 잔금까지 전 과정을 여러 번 지켜봤습니다. 한국에서 아파트를 사 본 경험과 나란히 놓고 보니, 두 나라의 집 사는 방식은 생각보다 훨씬 달랐습니다.

    오퍼에서 쿨링오프까지, 되돌릴 시간을 주는 호주 계약

    먼저 외국인에게 호주 집은 문턱부터 높습니다. 호주 정부는 2025년 4월부터 외국인과 임시 체류자의 기존 주택 구매를 금지했고, 이 조치는 2029년 6월 30일까지 연장됐습니다(출처: 호주 국세청). 신축 주택은 살 수 있지만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취득세(Stamp Duty)도 다릅니다. 뉴사우스웨일스(NSW)주에서는 일반 취득세에 더해 외국인에게 집값의 9%를 추가로 물립니다(출처: Mondaq). 100만 달러짜리 집이라면 추가분만 9만 달러로, 결과적으로 내국인보다 취득세를 3배 정도 내는 셈입니다.

    구매 절차는 이렇게 진행됩니다. 오픈 인스펙션으로 집을 둘러본 뒤 부동산에 원하는 가격을 오퍼(Offer)로 냅니다. 집주인이 받아들이면 계약서를 교환하는데, NSW에서는 이때부터 5영업일 동안 쿨링오프(Cooling-off) 기간이 주어집니다. 이 기간에는 집값의 0.25%만 내면 계약을 되돌릴 수 있습니다. 100만 달러 집이라면 2,500달러입니다(출처: NSW 주정부).

    큰돈이 오가는 결정인 만큼, 서명하고 나서도 한 번 더 따져볼 시간을 법으로 보장해 주는 셈입니다. 한국에서 계약금을 걸고 나면 그 돈을 포기하거나 두 배로 물어줘야 물러설 수 있는 것과는 출발부터 다릅니다.

    • 외국인 기존 주택 구매: 2029년 6월 30일까지 금지, 신축은 FIRB 사전 승인 필요
    • 외국인 취득세: NSW 기준 일반 취득세 + 집값의 9% 추가
    • 쿨링오프: 계약 교환 후 5영업일, 해제 시 집값의 0.25% 부담

     

    요약: 호주는 외국인 구매를 강하게 막는 대신, 계약 뒤에도 5영업일의 쿨링오프로 집값의 0.25%만 내고 물러설 수 있게 해 구매자를 보호합니다.

     

    빌딩 인스펙션과 컨베이언서, 집을 해부하는 한 달

    쿨링오프 기간에 가장 중요한 일은 빌딩 인스펙션(Building Inspection)입니다. 건축 전문가가 집 구석구석을 점검해 지붕 누수, 구조 균열, 흰개미 피해처럼 겉으로 봐서는 모르는 약점을 찾아냅니다. 지인이 집을 살 때 이 보고서에서 문제가 발견되자, 쿨링오프 안에 계약을 접고 다른 집을 찾은 적도 있습니다. 문제가 크지 않으면 보고서를 근거로 가격을 다시 협상하기도 합니다.

    법률 검토도 따로 있습니다. 호주에는 변호사 중에서도 부동산 매매만 전문으로 다루는 변호사가 있고, 변호사가 아니어도 부동산 매매 법률 업무만 하는 면허 전문가인 컨베이언서(Conveyancer)가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이들은 계약서를 검토하고, 그 땅 아래로 하수관이나 전선이 지나가는지, 다른 사람이 지나다닐 권리가 걸려 있는지, 집주인도 몰랐던 제약이 없는지를 확인해 줍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땅 밑에 공공 하수관이 지나가면 나중에 증축조차 못 할 수 있는데, 이런 것까지 계약 전에 드러납니다.

    모든 확인이 끝나고 이상이 없으면 계약을 유지한 채 잔금일을 기다립니다. 오퍼부터 열쇠를 받는 날까지 보통 한 달에서 6주 정도 걸립니다. 처음에는 너무 복잡하다고 느꼈지만, 지켜볼수록 이 번거로움이 구매자에게는 오히려 안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큰돈을 쓰기 전에 검증할 기회가 여러 번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요약: 호주는 빌딩 인스펙션으로 집의 숨은 약점을, 컨베이언서로 땅의 법적 제약을 계약 전에 확인하며, 이 검증 과정에 보통 한 달 이상이 걸립니다.

     

    한국은 왜 살고 나서야 하자를 알게 될까

    한국에서 아파트를 살 때는 과정이 훨씬 단순했습니다. 집을 한 번 둘러보고, 계약금을 내고, 열쇠를 받는 날 잔금을 치르면 끝이었습니다. 아파트는 품질이 다 비슷하다고 생각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입주하고 얼마 뒤, 아래층에서 저희 집 배관 때문에 물이 샌다는 항의가 들어왔습니다. 무척 당황했는데, 관리사무소에서 점검해 보니 저희 집이 아니라 더 위층의 문제였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산 집의 상태를 미리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물론 한국에도 장치는 있습니다. 민법은 집에 숨은 하자가 있으면 매수인이 그 사실을 안 날부터 6개월 안에 매도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입주한 뒤에 누구의 하자인지를 다투는 것과, 계약 전에 전문가 보고서로 확인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한국은 문제가 생긴 뒤에 다투는 구조이고, 호주는 문제가 생기기 전에 걸러내는 구조입니다.

    그렇다고 호주 방식이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경매로 집을 사면 쿨링오프가 아예 없어서, 경매 전에 미리 인스펙션 비용과 법률 비용을 들여야 합니다. 여러 집에 도전하다 떨어지면 그 비용은 고스란히 날아갑니다. 빌딩 인스펙션도 눈에 보이는 범위까지만 점검하기 때문에 벽 속 문제까지 다 잡아내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꼼꼼한 보호 장치는 집을 살 수 있는 사람에게만 해당됩니다. 저처럼 외국인 신분인 사람에게는 그 문 앞에 서는 것부터가 쉽지 않습니다.

     

    요약: 한국은 절차가 단순한 대신 하자를 입주 뒤에 알게 되고, 호주는 계약 전에 걸러내는 대신 경매에는 쿨링오프가 없고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듭니다.

     

    결론

    지인들의 집 구매를 곁에서 지켜보며 느낀 것은, 절차가 복잡하다는 것이 꼭 나쁜 일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호주는 쿨링오프와 빌딩 인스펙션, 컨베이언서를 거치며 큰돈을 쓰기 전에 여러 번 확인할 기회를 줍니다. 한국은 빠르고 간편하지만, 그만큼 문제가 생겼을 때 구매자가 혼자 감당해야 할 몫이 큽니다.

    한국에서 집을 사신다면,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더라도 계약 전에 누수와 배관, 결로 같은 기본 상태를 전문가에게 점검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작은 점검 비용이 입주 뒤의 큰 다툼을 막아 줄 수 있습니다. 호주의 쿨링오프와 인스펙션 제도는 한국이 참고해 볼 만한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NSW 주정부 주택 구매 계약과 계약금 안내

    글쓴이 | Extra Wage
    한국 대기업에서 22년 동안 회계·세무·자금 업무를 맡아 CFO로 퇴직했고, 지금은 호주에서 10년 넘게 자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직접 겪은 경험으로 경제 이야기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