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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으로 정신없이 달려가던 날, 솔직히 세금 같은 건 머릿속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장례를 치르고 나서야 "그때 통장에서 좀 빼놨어야 했는데"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 말이 맞는 말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상속세를 아끼는 방법이 아니라, 오히려 세금을 두 배로 만드는 행동일 수 있었습니다.

추정상속재산과 소명의무, 몰랐다가 세금 폭탄 맞는 구조
상속이 개시되면 국세청은 돌아가신 분의 계좌를 10년치 전부 들여다봅니다. 어느 은행이든, 어떤 계좌든 예외가 없습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현금으로 뽑으면 추적이 안 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는데, 제가 실제로 알아보고 나서 예상 밖이었던 건 바로 반대라는 사실이었습니다. 현금 인출은 오히려 기록이 가장 선명하게 남는 행동입니다. 언제, 어느 지점에서, 얼마를 인출했는지 전부 남습니다.
여기서 핵심 개념이 바로 추정상속재산입니다. 여기서 추정상속재산이란, 돌아가시기 전 일정 기간 안에 인출하거나 처분한 금액 중 용도를 소명하지 못한 돈을 상속 재산으로 간주해 세금을 매기는 제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내가 실제로 받지 않았더라도 설명을 못 하면 받은 것으로 보고 과세한다는 뜻입니다.
구체적인 기준선은 두 가지입니다. 돌아가시기 2년 전까지는 5억 원, 마지막 1년은 2억 원이 기준입니다. 이 금액을 넘는 인출이나 재산 처분이 있었다면 국세청은 용도를 묻습니다. 그리고 이 소명의무, 즉 용도를 입증해야 할 책임은 국세청이 아니라 남겨진 가족들에게 있습니다. "잘 모르겠다"는 답은 소명이 될 수 없습니다.
경험상 가장 위험하다고 느낀 구간은 임종 직전 몇 주입니다. 병세가 깊어지면 가족들 마음이 급해지고, 이 시기에 대규모 인출이 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국세청 입장에서 보면 평소 조용하던 계좌가 위독 판정 직후 갑자기 바빠지는 그림이 됩니다. 이건 상속세 조사에서 가장 먼저 들여다보는 항목입니다.
또 한 가지, 실무에서 정말 많이 벌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의식이 없는 분의 휴대폰으로 이체를 남겨놓는 경우입니다. 기록상으로는 아버지가 돈을 보낸 것처럼 되어 있지만, 병원 기록과 대조하면 누가 실제로 사용한 것인지 어렵지 않게 밝혀집니다. 이건 세금 문제이기 전에 형제 간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유류분 소송이나 상속 재산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굉장히 자주 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돈보다 관계가 먼저 무너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돌아가시기 2년 전: 인출·처분 합계 5억 초과 시 용도 소명 의무 발생
- 돌아가시기 1년 전: 기준선이 2억으로 낮아짐 — 예·적금·보험 해지 집중 구간
- 임종 직전: 현금 인출 후 형제 분배 시 사전증여로 간주, 증여세 부과 대상
- 사망 직후: 상속인 전원의 공동 상속 재산 — 단독 인출 시 법적 분쟁 사유
이 기준들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5조(상속재산으로 보는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액 등)에 명시되어 있습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법 조항이 이렇게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를, 저는 준비하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상식과 세법 사이, 병원비와 간병비를 둘러싼 현실
병원비와 간병비는 부모님 계좌나 부모님 카드로 직접 결제해야 상속세 공제가 가능합니다. 세법상으로는 명확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원칙을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마음이 좀 불편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자식이 부모님께 "아버지, 병원비는 아버지 카드로 내셔야 나중에 상속세 공제가 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수의와 관 등급을 고를 때도 "고인께 최고로 해드려야 한다"는 마음이 앞섰습니다. 효도와 상관없이 마지막을 모실 때는 비용보다 마음이 먼저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식이 대신 계산을 했고,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비용은 상속세 신고 때 공제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여기서 짚어야 할 개념이 금융재산상속공제입니다. 금융재산상속공제란 피상속인, 즉 돌아가신 분의 금융재산이 남아 있을 경우 일정 금액을 상속세 과세표준에서 빼주는 제도입니다. 금융재산이 10억 이하라면 최대 2억 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10억 이하의 예금은 미리 빼낼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통장에 남겨두는 것이 세금 면에서 유리합니다.
또한 장례비용은 증빙만 갖추면 상속세에서 따로 공제됩니다. 사망 직후 급하게 계좌에서 돈을 인출할 이유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영수증을 잘 챙겨두고 공제를 받는 것이 맞는 순서입니다. 국세청은 장례비용 공제 기준을 최대 1,000만 원까지 인정하고 있습니다(출처: 국세청).
세법이 정한 원칙과 가족이 처한 현실 사이의 간격이 이렇게 크다는 사실이, 제가 이 주제를 공부하면서 가장 서운하게 느꼈던 부분입니다. 부모 자식 간의 당연한 마음이 세금 계산에서는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 그 현실이 냉정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렇다고 이 구조를 모르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알아야 적어도 억울하게 두 번 내는 일은 막을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건강하실 때 미리 합법적인 증여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증여공제는 수증자 기준으로 10년마다 한 번씩 리셋됩니다. 쉽게 말해, 자녀에게 10년에 한 번씩 일정 금액을 세금 없이 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뜻입니다. 임종 2년 전에는 이미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시작 시점이 결과를 가릅니다.
결론
병원 복도에서 "부모님 계좌에서 미리 빼놓자"는 말이 나오는 건 나쁜 마음에서가 아닙니다. 그저 경황이 없고, 아는 게 없어서 나오는 말입니다. 저도 그러한 경우가 있었고,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그 행동이 추정상속재산 합산과 증여세 중복 과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미리 알고 있어야 막을 수 있습니다.
세법이 요구하는 원칙이 현실의 감정과 맞지 않는다는 서운함은 저도 여전히 있습니다. 부모님 병원비를 대신 내주는 자식의 마음이 세금 계산에서는 인정받지 못한다는 구조가 냉정하게 느껴지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서운함과 별개로,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챙겨야 합니다. 최근 2년 안에 부모님 계좌에서 크게 나간 돈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용도를 메모하고 영수증을 찾아두십시오. 그리고 부모님이 건강하실 때 합법적인 사전증여 계획을 세우는 것, 그게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절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