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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줄도산 위기(자동차 시장 변화, 이익률 함정, BYD, 한국의 선택)

Extra Wage 2026. 9. 17. 14:09

목차


    솔직히 저는 중국 전기차를 얕잡아 봤습니다. 그런데 호주에서 렌터카로 BYD를 직접 운전해보고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기술은 분명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 당혹스러운 건 따로 있었습니다. 세계 1위 전기차 회사가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기술과 수익이 이렇게 따로 노는 산업이 또 있을까요.

    1990년 베이징에서 2025년 BYD까지, 제가 목격한 변화

    제가 처음 중국 땅을 밟은 건 1990년이었습니다. 당시 방문했던 베이징과 상하이는 도심 곳곳에 타워크레인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고, 거대한 건설 공화국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남았습니다. 도로를 달리는 차들은 대부분 토요타였습니다.

    그런데 2010년에 다시 베이징을 찾았을 때, 택시의 풍경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습니다. 거리를 가득 메운 택시가 현대차, 현지명 엘라트라(아반테 XD) 였습니다. 택시 기사들마다 "이 차 성능이 정말 좋다"고 엄지를 치켜세웠습니다. 솔직히 그때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애국심이라는 게 이런 건가 싶었습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 비즈니스 출장 때 렌트해서 운전한 차는 BYD였습니다. 스티어링 감각, 회생 제동 조율, 디스플레이 반응 속도, 어디 하나 어색한 구석이 없었습니다. "중국 차 맞아?" 싶을 정도였습니다. 20년 전 베이징에서 토요타가 도로를 지배하던 광경이 떠올랐고, 이번엔 다른 의미로 마음이 서늘해졌습니다.

     

    요약: 1990년 토요타 일색이던 중국 도로가 2010년 현대차를 거쳐, 지금은 BYD가 세계 도로를 장악하는 수준까지 왔습니다.

     

    팔수록 줄어 드는 이익률 함정,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기술력이 이 정도면 당연히 돈을 벌어야 정상 아닐까요? 그런데 숫자를 들여다보면 정반대의 그림이 나옵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의 순이익률(Net Profit Margin)은 2017년 8%에서 2024년 4.3%, 2025년 4.1%, 2026년 2월 기준 2.9%까지 수직 낙하했습니다. 같은 기간 판매량은 2,880만 대에서 3,440만 대로 오히려 늘었는데 말입니다. BYD도 예외가 아니어서, 2024년 1분기 해외 판매가 1.5배 폭등했음에도 순이익은 55.4% 쪼그라들었습니다(출처: BYD 공식 IR).

    이 기이한 구조의 뿌리는 중국의 세수 시스템에 있습니다. 중국은 1994년부터 부가가치세(VAT)를 중앙·지방 정부가 분리 징수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공장이 돌아가기만 해도 지방 정부 세수가 생기는 방식입니다. 지방 관료의 인사 고과가 이 세수에 연동되다 보니, 생산 규모를 키우는 방향으로만 판단이 기울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 정부는 보조금과 금융 지원을 퍼붓고, 기업들은 그 돈으로 가격을 내리는 출혈 경쟁을 반복합니다. 중앙 정부나 지방 정부도 이 사이클을 멈추면 세수가 줄고 대규모 실업이 터지기 때문에 손을 쓰기 어렵습니다.

    결과적으로 BYD가 세계에서 가장 앞선 충전 기술을 개발해도, 보조금을 등에 업은 경쟁자들이 같은 가격 또는 더 낮은 가격으로 따라붙습니다. 기술의 값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시장 구조, 이것이 지금 중국 전기차 산업이 빠진 이익률 함정의 본질입니다.

     

    요약: 중국 전기차는 기술이 아니라 시스템의 함정에 갇혀, 더 많이 팔수록 이익률이 낮아지는 구조적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BYD 슈퍼 e 플랫폼, 진짜인가 허풍인가

    그렇다면 BYD가 2025년 3월에 공개한 '슈퍼 e 플랫폼'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1,000V 고전압·1,000A 고전류, 충전 속도 10C-rate로 5분 충전에 400km 주행, 충전 전력 1MW라는 수치는 분명히 인상적입니다.

    여기서 C-rate란 배터리 용량 대비 충전·방전 속도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문제는 이 속도에서 리튬 플레이팅(Lithium Plating)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리튬 플레이팅이란 충전 속도가 지나치게 빠를 때 리튬이온이 흑연 음극재 내부로 제대로 삽입되지 못하고 표면에 금속 리튬으로 석출되는 현상으로, 내부 단락과 열폭주 위험을 높입니다.

    2025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중국 연구팀의 연구는 용매 분자 설계를 바꿔 13분 내 80% 충전을 안정화하는 데 성공했고, 비슷한 시기 다른 중국 연구팀은 새로운 결정 구조로 6분 내 80% 충전을 가능하게 만들어 네이처 에너지에 게재했습니다(출처: Nature Energy). 이 방향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건 학계도 인정합니다.

    그런데 제가 중요하게 보는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BYD의 셀이 실제로 이런 구조를 채택했는지, 어떤 전해질을 쓰는지, 수천 번 반복 충전 후에도 성능이 유지되는지에 대한 공개된 학술 데이터나 특허가 현재까지 없다는 점입니다. 또한 1,360kW 초고속 충전기 100대만 동시 가동해도 136MW, 중소 도시 하나의 전력 소비와 맞먹는 수준이라 인프라 구축 자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이론적으로는 합리적이지만, 현장 검증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는 게 솔직한 판단입니다.

     

    요약: BYD 슈퍼 e 플랫폼은 이론적으로 가능한 방향이지만, 독립적인 학술 검증과 인프라 현실화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한국 배터리 3사, 지금 이 순간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배터리 산업은 상황은 어떨까요?

    전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보면 냉정해집니다. CATL 단독으로 약 40%를 가져가고 있으며, 점유율 10위내 중국 기업 7개를 합산하면 전체의 73%에 달합니다. 한국 2사(LG에너지솔루션, SK온)는 11%, 일본 파나소닉이 3% 수준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R&D 인력이 약 4,500명인 반면, BYD는 약 10만 명, CATL은 2만 명 규모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저도 숫자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가 고에너지밀도(Energy Density)와 품질 신뢰성에서 앞선 것은 사실입니다.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들이 한국 배터리를 선호하는 핵심 이유입니다. 그러나 원가 경쟁력, 공급망 수직 계열화, 생산 속도 면에서 중국과의 품질 신뢰성의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습니다.

    2011년 노키아가 마이크로소프트에 휴대폰 사업부를 팔던 날, CEO 스티븐 엘롭은 "우리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데 졌다"고 울었습니다.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중국의 이익률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소식이 반가울 수 있지만, 그 늪에서 빠져나오는 순간을 대비하는 것이 지금 해야 할 일입니다.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이 "위기가 없으면 낙관에 사로잡혀 안이해지고, 그것이 어떤 외부 위기보다 더 위험하다"고 말한 건 이 상황을 두고 한 말처럼 들립니다.

     

    요약: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구조적 수렁에 빠진 지금이, 한국이 기술 격차를 최대한 벌려둘 수 있는 마지막 창(Window)일 수 있습니다.

     

     

    결론

    1990년 크레인으로 가득 찬 베이징을 보고 30년 뒤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지금 이익률 함정에 빠진 중국 전기차 산업을 보면서 10년 뒤를 낙관하는 건 위험한 판단입니다. 중국은 기술력을 가지고도 시스템에 갇혀 있는 상태이지만, 그 시스템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을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지금 이 순간이 한국 배터리 산업의 품질의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시간입니다. 중국이 이익률 늪에서 허우적대는 동안 고에너지밀도, 고체 전해질(Solid-State Electrolyte) 기반의 차세대 배터리 기술에서 먼저 안착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고체 전해질이란 기존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해 에너지밀도와 안전성을 동시에 높이는 차세대 배터리 핵심 기술을 말합니다. 노키아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낙관이 아니라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EZwekkqebq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