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미국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40조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원화로 환산하면 약 5경 5,000조 원. 대한민국 1년 예산 약 800조 원을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70년 가까이 한 푼도 쓰지 않아야 겨우 갚을 수 있는 규모입니다. 이 숫자를 처음 접했을 때 저도 잠깐 멈춰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더 기묘한 건 미국이 이 빚을 갚으려는 의지 자체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40조 달러 부채, 미국이 선택한 '부채 무력화 전략'
솔직히 이건 처음에 좀 황당하게 느껴졌습니다. 개인이 빚을 갚지 않겠다고 선언하면 신용불량자가 되고 최악의 경우 감옥까지 갑니다. 그런데 세계 최강대국이 사실상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데도 시장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 이유가 뭔지, 한동안 저도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미국이 선택한 방식은 이른바 GDP 대비 부채 비율 조정 전략입니다. 여기서 GDP 대비 부채 비율이란 한 나라의 경제 규모 대비 빚이 얼마나 되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빚의 절대 금액이 아니라 '경제 체급 대비 부채 무게'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연봉 3,000만 원인 사람의 1억 원 빚과 연봉 3억 원인 사람의 1억 원 빚은 체감이 전혀 다르죠. 미국은 빚을 줄이는 게 아니라 경제 규모 자체를 키워서 상대적으로 부채를 작아 보이게 만드는 길을 택한 겁니다.
이 전략의 핵심 엔진이 AI와 생산성 혁신입니다. 실제로 미국이 빅테크와 반도체, 전력 인프라에 천문학적 보조금을 쏟아붓는 건 단순한 산업 정책이 아닙니다. 제가 보기엔 부채를 GDP 성장으로 희석시키려는 재정 전략의 일환입니다. 2016년 약 20조 달러였던 부채가 10년 만에 40조 달러로 2배 증가했다는 점은 분명한 팩트이고(출처: U.S. Treasury Fiscal Data), 이 속도라면 빚을 줄이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럼 누가 이 채권을 계속 사주느냐는 질문이 남습니다. 과거에는 중국, 일본, 중동 국가들이 미국 국채의 주요 매수자였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최근 미국 국채를 지속적으로 매각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새로운 국채 흡수처로 낙점한 게 바로 스테이블 코인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출렁이는 게 아니라 1코인 = 1달러처럼 법정화폐에 가치를 고정시킨 디지털 화폐입니다. 테더(USDT), 서클(USDC) 같은 발행사는 코인을 발행한 만큼 담보로 미국 단기 국채를 대량 매입해야 합니다. 전 세계 사용자가 편의를 위해 스테이블 코인을 쓸수록, 발행사 금고에 쌓인 달러는 자동으로 미국 단기 국채를 사들이는 구조가 됩니다. 미국이 가상자산 시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려는 진짜 이유 중 하나가 여기 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최근 5.37%대까지 올라왔습니다.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막대한 부채규모가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여력을 구조적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저금리가 이자 부담을 줄여주지만, 계속 늘어나는 통화량과 재정적자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상시적으로 높여놓기 때문에 금리를 쉽게 낮출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상태입니다.
- 미국 국가부채: 2016년 약 20조 달러 → 2026년 40조 달러 돌파 (10년간 2배)
-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 5.37%대 — 2007년 금융위기 후 최고 수준
- 부채 대응 전략: GDP 성장으로 부채 비율 희석 + 스테이블 코인을 국채 흡수 창구로 활용
- 중국의 미국 국채 매각 지속 → 새로운 매수 주체 확보 필요성 증대
프랑스발 부채 소각론과 우리 자산 방어 전략
미국의 전략이 "체급을 키워서 빚을 잊히게 만들자"라면, 프랑스에서 나온 주장은 솔직히 처음 읽었을 때 제가 잘못 이해한 줄 알았습니다. 중앙은행 장부에서 국가 채무 약 1,000조 원을 그냥 지워버리자는 겁니다. 프랑스 좌파 대선 후보 장뤼크 멜랑숑이 공약으로 내건 내용인데, 전 세계 경제학자들이 기겁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핵심은 중앙은행의 자본 잠식 문제입니다. 자본 잠식이란 부채가 자산을 초과해 순자산이 마이너스가 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중앙은행 금고에서 국채라는 자산을 지워버리면, 시중에 이미 풀려 있는 돈(부채)만 덩그러니 남아 중앙은행이 순식간에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집니다. 백화점이 금고의 담보를 몽땅 버리고도 상품권은 그대로 써달라고 하면 그 상품권을 믿을 사람이 없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유로화의 신뢰가 붕괴되는 시나리오입니다.
프랑스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현재 115%를 넘어섰습니다(출처: IMF World Economic Outlook). 미국, 중국, 일본, 영국에 이어 세계 5위권 채무국입니다. 유럽연합은 계속 긴축을 권고하지만, 프랑스 국민의 역사적 시위 문화를 감안하면 어떤 정치인도 복지 삭감이나 증세 카드를 꺼내기 어렵습니다. 결국 정치적 포퓰리즘이 경제적 무리수를 낳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제가 경험상 느끼는 건, 이 두 나라의 행보가 결국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법정화폐, 즉 종이돈의 구매력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법정화폐란 국가 권력이 가치를 보증하는 화폐로, 금 같은 실물 자산과 달리 정부 의지에 따라 무한 발행이 가능한 화폐입니다. 정부가 빚을 계속 늘리고 통화량을 팽창시키는 한, 현금의 실질 구매력은 매년 조금씩 녹아내립니다.
그렇다면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방향은 이른바 바벨 전략입니다. 바벨 전략이란 헬스장 바벨처럼 양쪽 끝에 무게를 집중시키는 포트폴리오 구성 방식으로, 한쪽은 폭발적 성장 자산, 다른 쪽은 화폐 하락 방어 자산으로 균형을 맞추는 접근법입니다. AI 빅테크·반도체·전력 인프라 같이 미국이 부채를 감수하면서까지 밀어주는 성장 자산을 한 축으로, 금이나 비트코인처럼 정부가 임의로 발행량을 늘릴 수 없는 희소 자산을 다른 한 축으로 담는 구조입니다. 물론 비트코인을 무조건 사라는 게 아닙니다. 제 판단으로는 기존의 주식 60%, 채권 40% 포트폴리오가 정부가 채권 가치 자체를 훼손하는 시대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달러 환율의 경우, 지난 2년 중 현재가 가장 낮은 구간에 와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단, 한 번에 매수하기보다는 분할 매수 원칙을 엄격히 지키는 게 중요합니다. 금리 인하가 이어질 경우 달러 약세가 더 진행돼 환율이 1,200원대까지 밀릴 수도 있기 때문에, 6개월~1년 이상 시계를 길게 두고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결론
미국이 빚을 갚을 생각이 없다는 게 아니라, 갚을 방법이 구조적으로 없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GDP를 키워 부채 비율을 낮추는 착시 전략, 스테이블 코인을 국채 흡수 수단으로 끌어들이는 정교한 설계, 그리고 프랑스처럼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리자는 극단적 주장까지 — 방식은 다르지만 결론은 하나입니다. 법정화폐의 실질 가치는 앞으로도 계속 희석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점검하고 있는 건 포트폴리오 안에서 정부가 발행량을 통제할 수 없는 자산의 비중입니다. AI 빅테크처럼 유동성을 실적으로 전환하는 성장 자산과, 금처럼 통화 팽창에 강한 희소 자산을 균형 있게 담는 바벨 전략이 지금 시대에 더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 뭔가를 바꿀 필요는 없지만, 내 자산이 종이돈에만 묶여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