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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창업

줄 서는 저가 커피 사장들의 줄폐업 (함정,간판,본사,300원)

Extra Wage 2026. 9. 24.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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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시간, 30미터짜리 줄이 늘어선 저가 커피 매장을 보며 한 번쯤 "저거 하면 돈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으실 겁니다. 저도 그 마음을 너무 잘 압니다. 직장 다니면서 김밥 전문점 가맹점을 직접 차려봤거든요. 손님은 넘쳤고 매출도 났습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남는 건 없고 몸만 축났습니다. 저가 커피도 그 구조와 놀랍도록 닮아 있습니다.

     

    많이 팔수록 힘든 이유, 저가 커피의 함정

    1,500원짜리 아메리카노 한 잔의 원가를 뜯어보면 원두 500원, 컵·빨대 등 부자재 100원, 부가세 150원을 합쳐 약 750원이 사라집니다. 판매가의 절반이 손에 쥐어보기도 전에 나가는 셈입니다.

    하루 200잔을 팔면 매출 30만 원, 여기서 원가를 빼면 15만 원이 남습니다. 한 달로 환산하면 약 330만 원처럼 보이죠. 하지만 월세와 전기·수도·통신비 등 고정비(固定費)를 제하고 나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155만 원 안팎입니다. 고정비란 매출과 상관없이 매달 일정하게 빠져나가는 비용으로, 작은 매장이라도 최소 170~180만 원은 각오해야 합니다.

    제가 김밥집을 할 때 딱 이 구조였습니다. 매출이 오르면 재료비도 같은 비율로 올라가고, 알바를 한 명 쓰면 그 인건비만큼 순이익이 깎였습니다. 저가 커피의 박리다매(薄利多賣) 구조도 마찬가지입니다. 박리다매란 한 개당 이익은 작지만 많이 팔아 전체 수익을 높이는 전략인데, 문제는 변동비(변동비란 판매량에 비례해 함께 늘어나는 비용, 대표적으로 원두값)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많이 팔수록 몸만 더 혹사당하는 구조가 된다는 점입니다.

    • 아메리카노 1,500원 중 원가: 약 750원 (원두 500원 + 부자재 100원 + 부가세 150원)
    • 하루 200잔 기준 월 순수익: 약 155만 원 (고정비 약 175만 원 공제 후)
    • 알바 1명 추가 고용 시: 인건비만큼 순이익 직접 감소
    • 판매량 증가 → 변동비 동반 증가 → 수익 개선 효과 미미

     

    요약: 저가 커피는 많이 팔수록 변동비도 같이 늘어나, 사장의 몸만 닳고 통장 잔고는 최저임금 수준에 머무는 구조입니다.

     

    점주는 바뀌어도 간판은 그대로

    창업 상담을 받으러 가면 반드시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저가 커피는 폐업률이 1% 미만입니다."  그 숫자에 솔직히 마음이 흔들릴 수 있지만 조금더 알아보면 그 이면에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폐업률이 낮은 진짜 이유는 매장이 잘 돼서가 아니라, 문을 아예 닫기보다 점주만 조용히 바뀌는 명의 변경(가맹점 양도양수)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입니다. 양도양수(讓渡讓受)란 기존 점주가 권리금을 받고 가맹점 운영권을 새로운 창업자에게 넘기는 것으로, 매장 간판은 그대로 유지되니 통계상 '폐업'으로 잡히지 않습니다.

    업계에서는 저가 커피 점주들의 평균 운영 기간이 2년도 채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지쳐버린 점주가 권리금이라도 건지려 넘기고, 새로운 창업자가 희망을 품고 들어오는 이 순환이 끝없이 반복되는 겁니다. 더 아이러니한 건, 본사가 이 양도양수 창구를 직접 운영하며 이를 안정적인 비즈니스의 한 축으로 삼는다는 점입니다. 매장 숫자가 유지되니 본사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습니다.

     

    요약: 폐업률 1%는 매장이 잘 된다는 신호가 아니라, 점주만 교체되는 명의 변경이 반복되는 구조를 숫자가 감추고 있는 것입니다.

     

    마진 없는 매장인데, 본사는 어떻게 돈을 벌까요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백다방 등 저가 커피 3대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전국 매장 수는 합산 1만 개에 육박합니다(출처: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 현황). 편의점만큼 흔해진 이 매장들을 보며 저는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매장마다 이렇게 박한 마진인데, 도대체 본사는 어떻게 돈을 버는 걸까 하고요.

    답은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본사의 수익원은 가맹점의 커피 판매 이익이 아니라 원두와 부자재 공급입니다. 매장이 한 잔을 팔 때마다 본사가 공급한 원두가 소모되므로, 매장이 많을수록 본사의 재료 납품 물량은 자동으로 늘어납니다. 이를 공급망 수익 모델(Supply Chain Revenue Model)이라고도 부르는데, 쉽게 말해 점주가 손해를 보든 이익을 보든 본사의 매출 파이프라인은 흔들리지 않는 구조입니다.

    달랏 커피 농가에서 직접 겪은 일이 생각납니다. 베트남 달랏(해발 약 1,500m)의 고원지대를 차로 1시간 가까이 달리는 내내 아라비카 커피나무 밭이 끝없이 이어지더군요. 차를 세워 들른 농가에서 아라비카 생두(生豆, 로스팅하기 전의 원료 상태 커피 원두) 20킬로그램 한 포 가격을 들었을 때, 귀를 의심했습니다. 농민이 손에 쥐는 돈이 이렇게 작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지만, 그 원두가 몇 단계 유통을 거쳐 국내 프랜차이즈 매장에 닿을 즈음엔 가격은 몇 배로 불어나 있었습니다. 수입과 로스팅, 물류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그 차이는 작지 않았고, 유통 단계마다 마진이 붙는 구조를 몸으로 실감했습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원두를 공급하며 거두는 마진이 결코 작지 않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요약: 저가 커피 본사의 진짜 수익은 가맹점 판매 성과와 무관하게, 원두·부자재 공급으로 확보되는 구조입니다.

     

    300원만 올려도 손님이 떠납니다

    저가 커피 창업의 평균 초기 비용은 7천만 원 안팎입니다. 대형 카페 창업보다 진입 장벽이 낮아 보이지만, 정작 문을 열고 나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 안에 갇히게 됩니다. 상권 안에 같은 브랜드 혹은 경쟁 브랜드 저가 커피 매장이 촘촘하게 들어서 있어, 커피값을 300원만 올려도 손님이 바로 옆 1,500원짜리 매장으로 이탈합니다.

    그러니 점주들은 정면 가격 인상 대신 객단가(客單價)를 높이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객단가란 손님 한 명이 한 번 방문할 때 평균적으로 결제하는 금액으로, 키오스크에서 샷 추가나 사이즈업을 유도해 아주 조금씩 끌어올리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이 방법도 한계가 뚜렷합니다. 저가 커피를 찾는 손님은 애초에 싼 가격을 보고 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김밥집을 운영할 때도 이 딜레마를 그대로 겪었습니다. 인건비가 부담돼 알바를 줄이면 제 몸이 망가지고, 알바를 쓰면 수익이 사라집니다. 결국 사장 혼자 하루 종일 매장을 지키며 최저시급도 안 되는 시간당 노동을 버티는 게 이 구조의 민낯입니다. 프랜차이즈는 본사와 가맹점이 함께 이익을 나누는 윈윈 모델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제 경험상 현실은 그와 거리가 있었습니다. 출처: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폐업 주요 원인 1위는 지속적인 수익성 악화로, 저가 커피 구조와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요약: 가격도 못 올리고 알바도 못 쓰는 저가 커피 창업자는, 결국 자기 몸으로 낮은 가격을 떠받치는 구조에 갇히게 됩니다.

     

    결론

    저가 커피 매장의 줄 선 풍경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프랜차이즈 창업을 경험해보고 나서 분명히 알게 된 것은, 장부에 찍히지 않는 사장의 시간과 체력이 그 낮은 가격을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소비자는 싼 커피를 마시고, 본사는 원두를 팔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며, 점주는 그 사이에서 최저임금 수준의 노동 대가를 몸으로 버팁니다.

    창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면,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 정보공개서에서 해당 브랜드의 평균 매출액, 영업 기간, 양도양수 건수를 먼저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화려한 설명회 자료보다 그 숫자들이 훨씬 솔직한 이야기를 해줄 것입니다.

    참고: 저가커피, 본사 매출 '2.3배' vs. 가맹점 '1.5%' (SBS Biz)

    글쓴이 | Extra Wage
    한국 대기업에서 22년 동안 회계·세무·자금 업무를 맡아 CFO로 퇴직했고, 지금은 호주에서 10년 넘게 자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직접 겪은 경험으로 경제 이야기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