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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천국인 줄 알았던 호주, 재계약 거절에 7만 달러를 잃다 (퇴거 통보, 인테리어 지원금, 상가임대차보호법)
Extra Wage 2026. 10. 20. 05:00목차
지난 렌트 글에서 호주는 세입자를 꼼꼼하게 보호한다고 썼습니다. 집을 빌리는 세입자에게는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가게를 빌리는 세입자에게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7년 동안 운영한 매장을, 건물주가 다른 임차인과 계약을 끝내 놓은 뒤에야 나가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겪은 일과 숫자로, 호주와 한국의 상가 임대차를 비교해 봤습니다.

들어와 달라고 조르더니, 7년 만에 날아온 퇴거 통보
그 매장은 원래 들어갈 생각이 없던 곳이었습니다. 쇼핑센터 쪽에서 여러 번 찾아와 매장을 열어 달라고 했고, 몇 차례 미팅 끝에 결국 2018년 9월 문을 열었습니다. 계약 기간은 5년이었는데, 코로나 시기 임대료 일부를 면제받은 대가로 2년이 늘어 2025년 9월까지가 되었습니다. 기존 매장의 집기를 최대한 활용했는데도 투자비는 14만 호주달러가 들었습니다.
계약 만료를 앞두고 저는 재계약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25년 4월, 쇼핑센터로부터 재계약 없이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이미 다른 임차인과 계약을 마친 뒤였습니다. 처음 계약할 때의 담당자는 바뀌어 있었고, 상의는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결국 원상복구와 가림막 설치에 2만 호주달러를 더 들여 매장을 비우고 나왔습니다. 그렇게 간절히 불러 놓고 이렇게 내보낼 수 있다는 사실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테리어 지원금은 주고, 재계약 권리는 없는 호주
억울했지만 법으로 구제받을 방법은 없었습니다. 뉴사우스웨일스(NSW)주의 상가 임대차법은 건물주에게 계약 만료 최소 6개월 전에 재계약 여부를 알리라는 의무를 둘 뿐, 세입자에게 재계약을 요구할 권리는 주지 않습니다(출처: Baron Partners). 계약 기간이 끝나면 건물주가 다른 사람을 고르는 것은 자유입니다.
물론 호주에도 한국에 없는 장점은 있습니다. 쇼핑센터는 좋은 임차인을 끌어오려고 인테리어 비용 일부를 지원금(contribution)으로 내줍니다. 저도 이 매장을 열 때 약 9만 호주달러를 받았습니다. 들어갈 때는 건물주가 돈을 보태 주지만, 계약이 끝나면 세입자는 아무것도 요구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 투자비 14만 호주달러, 건물주 인테리어 지원금 약 9만 호주달러
- 퇴거 때 원상복구·가림막 비용 약 2만 호주달러
- NSW 상가 임대차법: 만료 6개월 전 통보 의무만 있고 재계약 요구권은 없음
10년을 지켜 주는 한국 상가임대차보호법, 문제는 과한 권리금
한국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랐을 겁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세입자가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 사이에 갱신을 요구하면, 처음 계약부터 최대 10년까지 계속 장사할 수 있게 보장합니다. 계약이 끝나도 다음 세입자에게 권리금을 받고 나갈 기회를 건물주가 방해하지 못하게 막아 둡니다(출처: 로톡). 제 매장이 한국에 있었다면 2028년까지는 영업할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한국에도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권리금은 앞 세입자가 들인 시설비와 쌓아 온 영업 가치를 넘겨받는 값이라 그 자체로는 정당한 돈입니다. 문제는 시설 가치를 훌쩍 넘는 권리금 때문에 새 세입자가 큰 부담을 안고 출발하는 경우입니다.
호주도 가게 매매가에 영업 가치가 들어가지만, 차이는 계약이 끝날 때 드러납니다. 한국은 법이 권리금을 회수할 기회를 지켜 주지만, 호주는 계약이 끝나면 그 가치도 함께 사라집니다. 저는 재계약 시점에 그 매장을 5만 호주달러를 받고 넘기기로 했었습니다. 결국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원상복구에 2만 호주달러를 더 써 7만 호주달러의 손실을 보았습니다.
결론
집 세입자에게는 꼼꼼한 호주가 가게 세입자에게는 냉정했습니다. 7년을 공들인 매장도 계약서에 적힌 날짜가 지나면 건물주의 선택 하나로 끝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얼마나 강한 보호 장치인지, 호주에서 겪고 나서야 실감했습니다.
호주에서 가게를 계약하신다면 처음부터 재계약 옵션(option)을 계약서에 넣어 두시길 권합니다. 법이 지켜 주지 않는 부분은 계약서로 지켜야 합니다. 한국에서 장사하신다면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인 갱신 요구 기간을 꼭 기억해 두세요. 권리는 아는 사람만 지킬 수 있습니다.
👉 호주 렌트와 한국 전세, 세입자로 살아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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