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일하는 동료 중에 휘발유 RAV4를 타는 친구가 있습니다. 요즘 기름값이 너무 비싸서 전기차로 바꾸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다음에 또 그 얘기를 꺼내면 "절대 안 된다"고 말해줘야겠다고요. 그러던 차에 전기차를 6년 동안 탄 차주가 이제 와서 후회한다는 유튜브 영상을 봤습니다. 처음 5년은 조용하고 기름값 걱정 없는 최고의 차였는데, 최근 1년 사이 출퇴근 거리가 세 배로 늘고 충전기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중고 전기차 값까지 크게 떨어져 팔 수도 없게 됐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제 생각이 맞는 건지, 숫자로 하나씩 확인해 봤습니다.기름값에 지친 RAV4 동료, 전기차로 바꿔야 할까동료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호주에서 전기차는 더 이상 소수의 선택이 아닙니다. 호주 ..
호주에도 전기차가 정말 많아졌습니다. 테슬라는 익숙했지만, 최근엔 BYD가 부쩍 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 친구의 선택을 보고, 전기차 대중화가 숫자만큼 단순하지 않다는 걸 다시 느꼈습니다. 이 친구는 테슬라와 RAV4를 둘 다 갖고 있습니다. 한국에 2주간 다녀오기로 하면서, 어느 차를 공항에 세워둘지 고민했습니다. 결국 선택한 건 테슬라가 아니라 RAV4였습니다. 이미 전기차를 매일 몰던 사람조차, 장기간 차를 비워둬야 하는 상황에서는 충전 걱정 없는 쪽을 택한 겁니다.966km, 큰 배터리를 상상했다면 틀렸다"현대차가 배터리를 반도 안 쓰고 966km를 달렸다"는 소식을 듣고 반신반의하며 찾아보니, 실제로 지난 8월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된 내용이었습니다(출처: 현대차그룹). ..
10년 전 호주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한국에서 몸에 밴 운전 습관 때문에 운전 중 자주 교통경찰에게 잡혔습니다. 반복해서 벌금을 내고 나서야, 결국 제 운전 습관 자체를 바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큰 벌금을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백미러로는 알아챌 수 없던 경찰차호주 고속도로 순찰차는 앞면은 출고 당시 모습 그대로 두고, 옆면과 뒷면에만 식별용 도색을 합니다. 정면에서는 일반 승용차와 구분이 안 되고, 경광등도 얇아서 룸미러로는 뒤차가 경찰차인지 알아채기 어렵습니다.그러다 따라오던 경찰차의 경광등이 번쩍였고, 저는 갓길에 차를 세우고 위반 사실을 확인하는 서류에 서명을 했습니다. 반복되다 보니 교통경찰만 봐도 심장이 뛰는 트라우마가 생겼습니다. 당시 국제면허증은 벌점이 누적되지 않아 면허정..
솔직히 저는 전기를 '사고판다'는 개념 자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전기는 그냥 콘센트에서 나오는 것, 요금은 전기회사에 내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호에서 살면서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들 때마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쌓였습니다. 집 지붕에 솔라 패널을 달아 전기를 만들어도, 남는 전기를 파는 단가보다 사올 때 단가가 5~10배나 비싸다는 걸 직접 경험하고 나서야 전력시장 구조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실감했습니다.전기를 주식처럼 사고파는 게 가능한가 — 어그리게이터와 축전소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스마트 에너지 위크 2026 현장 보도를 접했을 때, 제가 처음 든 생각은 "이게 정말 개인도 할 수 있는 얘기인가?"였습니다. 전력 가격이 시간대별로 다르고, 그 차익으로 수익을 낸다는 구..
제가 자란 강원도 대관령 산골에 전기가 처음 들어온 건 1975년이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집 한쪽에는 '도란스'라 부르던 묵직한 네모난 상자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어릴 때는 그게 당연한 줄만 알았는데, 나중에서야 알았습니다. 그 상자 하나 뒤에 나라 전체가 32년을 쏟아부은 거대한 결단이 숨어 있었다는 것을.도란스 뒤에 숨은 32년짜리 국가사업금성 흑백 TV를 켤 때면 먼저 도란스 스위치를 올렸습니다. 아날로그 전압계 바늘이 개업식 허수아비처럼 좌우로 출렁이고, 고무 타는 냄새와 함께 상자 몸통이 뜨끈뜨끈하게 달아오르던 기억이 지금도 납니다. 집집마다 하나씩 있던 물건이라 왜 필요한지 의문조차 품지 않았습니다.그 상자의 정체는 전압 변환기, 즉 변압기였습니다. 여기서 변압기란 서로 다른 전압..
솔직히 저는 한국의 전기요금이 얼마나 '착한 가격'인지 호주에 나와 살기 전까지 전혀 몰랐습니다. 호주에서 7평짜리 샵을 운영한 지 10년이 넘었는데, 분기 전기요금 고지서가 10년 전 호주달러 1,300불에서 올해 7월엔 2,900불까지 올랐습니다. 100% 이상 오른 겁니다. 그 고지서를 받아 들고서야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문제가 단순히 뉴스 속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실감했습니다. 전기요금, 나는 왜 이렇게 많이 냈을까제가 호주에서 전기요금 폭탄을 맞아온 지난 10년은 석탄발전소 폐쇄와 송배전망 비용 증가가 겹친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여기에 AI 데이터센터라는 새로운 변수가 더해지고 있습니다.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실시간으로 연산하는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서버 보관 창고가 아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