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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제도

재정위기가 증명한 30년 지방자치 청구서 (30년 지방자치, 삼중위기, 재정 위기)

Extra Wage 2026. 9. 20.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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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가 공식적으로 재정 비상을 선언했습니다. 취득세 수입이 30% 급감하고, 지방채 발행 한도의 99.6%가 소진된 상태에서 노인 장기요양·무상급식·시내버스 운영비 같은 필수 사업이 10월부터 지급 중단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저는 유통업계에 재직하던 시절 지자체장과 직접 미팅을 했던 경험이 있는데, 그때 들었던 말 한마디가 지금 이 상황을 정확히 예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0년 지방자치, 지금 왜 흔들리는가

    혹시 지방자치제가 왜 생겼는지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십니까?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직선제가 도입된 배경은 단순했습니다. 중앙정부가 전국을 획일적으로 관리하면 각 지역의 지리·산업·문화적 특수성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해당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주민들이 직접 문제를 결정하게 함으로써 행정 효율성과 주민 만족도를 동시에 높이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제가 직접 현장에서 목격한 현실은 그 취지와 꽤 거리가 있었습니다. 유통회사에 재직할 당시 저희 회사는 신규 점포 출점을 위해 전국의 유망한 지역 토지를 매입하고 있었고, 저는 직접 지자체장과 미팅 테이블에 앉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당시 지자체장은 지방정부 보유 토지를 저희 회사가 매입해 주길 원했는데, 이유를 물었더니 "사용할 예산이 부족해서"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그때 이런 의견을 드렸습니다. 토지를 팔아 일회성 수입을 만드는 것보다, 그 토지를 활용해 수익성 있는 사업 구조를 만들면 꾸준한 세외수입(稅外收入)으로 지방재정을 보완할 수 있지 않겠냐고요. 여기서 세외수입이란 세금이 아닌 방식으로 지방정부가 벌어들이는 수입을 의미합니다. 임대료나 사업 수익 같은 것들이 대표적입니다.

    돌아온 대답이 정말 제 머릿속에 오래 남았습니다. "그건 다음에 당선될 사람이 알아서 하면 됩니다." 제가 살아오면서 가져온 사고방식과 너무 달라서 솔직히 그 자리에서 말문이 막혔습니다. 지금 경기도의 재정 위기를 보면서, 그 한마디가 30년 지방자치의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압축하고 있었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요약: 1995년 풀뿌리 민주주의를 목표로 출발한 지방자치제가, '다음 당선자에게 넘기면 그만'이라는 단임 사고방식과 맞물리며 재정 누수의 구조적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경기도 삼중위기의 실체

    경기도의 현 상황을 '삼중위기'라고 부르는 이유가 있습니다. 세 가지 문제가 동시에 터졌기 때문입니다. 하나씩 짚어보면 실태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취득세(取得稅) 급감입니다. 취득세란 부동산이나 차량 등을 취득할 때 납부하는 지방세로, 지방정부 세입의 핵심 재원입니다. 경기도의 취득세 수입은 2022년 약 11조 원에서 2026년 약 8조 원으로 30% 가까이 줄었습니다(출처: 이투데이). 수도권 부동산 거래가 대출 규제로 크게 위축되면서 세수가 직격탄을 맞은 겁니다. 보유세를 올린다 해도 세액 부담 상한 제도가 있어 실질적인 세수 증가 효과가 나타나려면 최소 3~4년은 걸립니다. 지금 당장 메울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는 지방채(地方債) 한도 소진입니다. 지방채란 지방정부가 재정 부족을 메우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입니다. 경기도는 2025년 약 9,430억 원의 지방채를 발행해 한도 9,460억 원의 99.6%를 이미 써버렸습니다. 20년 만의 지방채 발행이었습니다. 한도란 "이만큼 써도 된다"는 허용치가 아니라 "절대로 이 이상은 넘으면 안 된다"는 상한선입니다. 그 상한선에 거의 붙어버린 겁니다.

    세 번째는 9개월 예산 편성의 후폭풍입니다. 12개월치 필수 사업을 9개월 예산으로만 편성하면서 노인 장기요양 약 1,234억 원, 학교 급식비 약 584억 원,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약 291억 원, 산후조리비 약 80억 원 등이 10월부터 지급 중단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경기도 전체 예산에서 복지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9%에 달하는데, 이 고정 지출 구조 안에서 세수가 빠지니 버틸 재간이 없는 겁니다.

    • 취득세 수입 약 30% 감소: 부동산 거래 위축으로 지방 세수 직격탄
    • 지방채 발행 한도 99.6% 소진: 더 이상 빚으로 메울 여지 없음
    • 복지 지출 비중 49%: 경직성 고정 지출이 재정 유연성을 잠금
    • 10월부터 필수 사업 지급 중단 위기: 주민 생활과 직결된 사업들

     

    요약: 세수 급감·지방채 소진·복지 고정 지출이라는 세 가지 위기가 동시에 충돌하면서 경기도 재정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습니다.

     

    지방재정 위기의 전국적 확산

    경기도가 특별히 방만했던 것일까요? 다른 지역 상황을 들여다보니 그렇지 않았습니다. 인천광역시 남동구는 4년간 8,300억 원의 재원 부족으로 TF팀까지 꾸렸고, 부산 사하구·영도구·사상구도 지방채 추가 발행과 기금 고갈 문제가 연이어 터졌습니다. 충북·전북·경북 같은 광역자치단체들도 천억 원대 사업 예산을 삭감하거나 연기하는 긴축을 진행 중입니다.

    이게 왜 전국적 현상이 됐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선출직 지자체장 구조 자체가 가진 태생적 딜레마에 답이 있다고 봅니다. 임기 4년짜리 선출직 수장 입장에서는 당장의 지지율을 올릴 수 있는 현금성 지원이 가장 쉬운 카드입니다. 지역화폐, 각종 기본소득과 수당, 무상 교복, 시내버스 준공영제 등이 지역마다 잇따라 도입됐고, 한번 만들어진 복지 항목은 줄이기가 극히 어렵습니다. 유권자가 받던 혜택을 없애는 후보를 찍을 리 없기 때문입니다. 이건 특정 정당이나 특정 단체장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당선돼도 같은 유혹을 받는 구조의 문제입니다.

    재정 준칙(財政準則)이 법제화되지 않은 것도 핵심 문제입니다. 재정 준칙이란 정부가 쓸 수 있는 돈의 한도와 부채 비율 상한을 법으로 못 박아 어떤 정치인이 집권해도 함부로 지출을 늘리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제도입니다. IMF도 연례 협의 때마다 한국에 재정 준칙 도입을 권고해 왔습니다(출처: IMF). 이것이 없으니 선거 때마다 '더 주겠다'는 경쟁이 반복되고, 재정 악화의 고삐가 잡히지 않습니다.

    그리스나 아르헨티나처럼 재정 경고를 가볍게 넘겼다가 결국 국가 부도 위기까지 간 나라들도 있습니다. 한국이 당장 그런 상황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경기도 같은 광역자치단체가 "사실상 부도 상태"라는 말까지 듣는 지금, 숫자의 방향만큼은 분명히 경고를 보내고 있습니다.

     

    요약: 경기도의 재정 위기는 선출직 지자체장 구조와 재정 준칙 부재가 결합된 전국적 문제이며, 누가 단체장이 되든 같은 유혹을 받는 구조부터 바꿔야 합니다.

     

    결론

    저는 그 지자체장과의 미팅 이후 오랫동안 그 말을 이해하려 했습니다. '다음 당선자가 알아서 하면 된다'는 건 어쩌면 그분 개인의 철학이 아니라, 선출직 구조 자체가 만들어낸 합리적 생존 전략이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 전략이 수십 년간 쌓이면 지금 경기도처럼 됩니다.

    경기도의 재정 위기는 한 지역의 실패가 아니라, 재정 준칙 없이 선거를 반복해온 지방자치 30년의 구조적 청구서입니다. 빚으로 복지를 유지하는 방식의 한계가 드러난 이 순간을, 단순히 전임과 후임의 책임 공방으로 소비하기엔 아깝습니다. 방향이 잘못됐다면 빨리 돌아야 덜 힘듭니다. 다음 지방선거에서는 무엇을 더 주겠다는 공약보다, 그 돈을 어디서 마련하겠다는 공약에 먼저 귀를 기울여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경기도 취득세 급감과 재정 위기 (이투데이)

    글쓴이 | Extra Wage
    한국 대기업에서 22년 동안 회계·세무·자금 업무를 맡아 CFO로 퇴직했고, 지금은 호주에서 10년 넘게 자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직접 겪은 경험으로 경제 이야기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