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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제도

호주와 한국의 상속세 비교(호주 상속세, 현금만 비과세, 자산의 형태, 증여)

Extra Wage 2026. 9. 27. 18:05

목차


    호주에 살면서 "이 나라는 상속세가 없다"는 말을 여기저기서 참 많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계좌 이체 하나만 놓고 봐도 체감이 다릅니다. 한국에서는 부모 자식 간 계좌 이체가 국세청의 상속·증여세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어 늘 신경이 쓰이는데, 호주는 현금에 대해서는 이런 걱정 자체가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세법을 오래 들여다봐 온 사람 입장에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상속세가 없다는 말이 정말 자산 전체에 적용되는 것인지, 아니면 자산의 종류에 따라 다른 것인지 말입니다.

    호주는 정말 상속세가 없을까

    호주는 1970년대 후반 상속세를 없앴습니다. 1977년 퀸즐랜드주가 가장 먼저 폐지했고, 다른 주들이 뒤따랐으며, 연방 상속세도 1979년에 사라졌습니다. 1972년에 먼저 없앤 캐나다와 함께 서구권에서 가장 일찍 상속세를 없앤 나라로 꼽힙니다(출처: Inside Story). 당시에는 상속세 때문에 농장과 가업을 팔아야 하는 데 대한 반발이 컸고, 자산이 묶이지 않고 돌게 하자는 논리도 힘을 얻었습니다.

    반면 한국은 최고세율 50%로 OECD에서 일본(55%) 다음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기초공제 2억 원, 배우자공제 최소 5억 원, 일괄공제 5억 원 등의 공제 제도가 있지만, 상속받는 재산 규모가 크면 세율 구간이 빠르게 올라갑니다(출처: 국세청).

    상속받는 그 순간만 놓고 비교하면, 호주가 압도적으로 유리해 보이는 게 당연합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이 지점에서 비교를 멈추고 "역시 선진국은 다르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요약: 호주는 1970년대 후반 상속세를 폐지했고, 한국은 최고 50% 세율을 유지하고 있어 상속 시점만 보면 호주가 유리해 보입니다.

     

    현금만 비과세, 나머지는 미뤄지는 세금입니다

    현금은 값이 오르는 자산이 아니라서, 상속받을 때도 나중에 쓸 때도 세금이 붙지 않습니다. 문제는 부동산이나 주식처럼 시간이 지나며 값이 오르는 자산입니다. 호주가 상속세 대신 적용하는 건 자본이득세(CGT)입니다. 상속받을 때는 안 내지만, 나중에 그 자산을 팔 때 세금을 냅니다. 여기서 핵심은 자본이득세를 계산하는 취득가액 방식입니다(출처: 호주 국세청 ATO).

    부모가 30년 전 1억 원에 산 부동산이 상속 시점에 10억 원이 됐고, 자녀가 이후 12억 원에 팔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한국은 상속 시점의 시가인 10억 원으로 취득가를 재조정해 줍니다. 그래서 자녀가 나중에 팔 때는 10억에서 12억으로 오른 2억 원에만 양도소득세가 붙습니다. 반면 호주는 부모가 1985년 9월 20일 이후에 산 자산이라면 원래 지불했던 취득가, 즉 1억 원을 그대로 자녀에게 물려줍니다. 그러면 자녀가 팔 때 과세 대상이 되는 이득은 1억에서 12억까지, 무려 11억 원 전체가 됩니다.

    자녀 한 명이 일괄공제만 받는다고 단순하게 계산해 보면, 한국은 상속세와 양도세를 합쳐 약 1억 5천만 원 정도가 나옵니다. 반면 호주는 12개월 이상 보유해 이득의 50%를 할인받더라도, 남은 5억 5천만 원이 자녀의 소득에 합산되면서 자본이득세만 2억 원을 훌쩍 넘길 수 있습니다. 세금을 안 걷는 게 아니라,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에 한해 부모 세대의 몫까지 자녀 세대로 미뤄놓는 구조인 셈입니다. 다만 구체적인 세금은 소득 수준, 보유 기간, 적용 공제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실제 상황에 대입하실 때는 개별 세무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요약: 현금은 완전히 비과세이지만, 부동산이나 주식은 취득가액이 그대로 이월돼 나중에 한꺼번에 더 큰 세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자산의 형태에 따라 유불리가 완전히 갈립니다

    앞서 짚은 대로, 모든 자산이 같은 취급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현금은 상속받을 때도, 나중에 쓸 때도 세금이 전혀 붙지 않는 유일한 자산입니다. 부모가 현금 10억 원을 남겼다면, 그 돈은 세금 한 푼 없이 그대로 자녀에게 넘어갑니다. 주식은 상속받는 시점까지는 현금과 똑같이 세금이 없지만, 그 이후부터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됩니다. 호주는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구분 없이 매매차익 자체를 자본이득세 대상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반면 한국은 대주주가 아닌 이상 상장주식 매매차익을 대부분 비과세합니다. 게다가 호주는 주식에도 취득가 이월 원칙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아버지가 오래전 몇천 원에 산 주식이 지금 몇만 원이 됐어도, 자녀가 물려받는 취득가는 여전히 몇천 원입니다. 오히려 부동산보다 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반면 부모가 사망 직전까지 실제로 거주하던 주택은 예외입니다. 임대 등 소득에 쓰지 않았다면 취득가액이 사망일 시가로 재조정되고, 상속 후 2년 이내에 팔면 그 상승분마저 완전히 비과세됩니다(출처: 호주 국세청 ATO). 같은 상속 재산이라도 현금이냐, 살던 집이냐, 투자용 주식이냐에 따라 결과가 정반대로 나뉘는 셈입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을 자산 형태별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자산 형태 호주 상속 시 호주 이후 처분 시 한국 유리한 쪽
    현금 비과세 비과세 상속세 과세 대상 호주
    살던 주택 비과세 시가 재조정, 2년 내 매각 시 완전 비과세 상속세 + 양도세 호주
    투자용 부동산* 비과세 취득가 이월, 상승분 전체 과세 상속세 + 양도세(취득가 재조정) 한국
    주식 비과세 취득가 이월, 상승분 전체 과세 상속세 (매매차익은 대부분 비과세) 한국
    퇴직연금(슈퍼) 부양가족은 면세, 성인 자녀는 과세분에 17~32% - 상속세 과세 대상 상황에 따라 다름

    *투자용 부동산: 소유자가 직접 거주하지 않고 임대나 시세차익 목적으로 보유한 부동산

    현금과 살던 집처럼 "빠르게 정리되는 자산"은 호주가 유리하지만, 투자용 부동산과 주식처럼 "오래 들고 가는 자산"은 오히려 한국이 유리하게 뒤집힙니다. 상속세가 없다고 해서 모든 상황에서 호주가 유리한 게 아니라, 어떤 형태의 자산을 얼마나 오래 들고 있느냐가 유불리를 가르는 진짜 기준인 셈입니다.

     

    요약: 현금은 완전 비과세, 살던 주택은 조건부 비과세, 주식과 투자용 부동산은 오히려 세금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상속이 아니라 증여의 영역입니다

    여기까지 정리하고 나니 자연스러운 질문이 생겼습니다. 현금은 비과세이고 투자용 부동산이나 주식은 취득가가 이월돼 나중에 더 큰 세금을 부른다면, 합리적인 부모라면 굳이 그런 자산을 계속 들고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세상을 뜨기 전에 미리 팔아서 현금으로 바꿔두는 편이 자녀에게 더 유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엄밀히 말하면 이건 상속이 아니라 증여의 영역입니다. 호주는 증여세가 없지만, 한국은 증여세라는 별도의 세목이 있어 단순 비교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호주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부동산이나 주식을 생전에 자녀에게 그냥 넘겨주면, 세법은 부모가 그 자산을 시가에 판 것으로 보고 부모에게 자본이득세를 매깁니다. 증여세는 없어도 자본이득세는 피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투자용 부동산이나 주식을 부모가 살아 있을 때 직접 팔아도 마찬가지로, 그 매각 시점에 부모 본인이 자본이득세를 내야 합니다(출처: 호주 국세청 ATO). 세금을 안 내는 게 아니라, 누가 언제 내느냐의 문제로 다시 돌아오는 셈입니다. 그래도 부모의 소득이 낮은 은퇴 이후에 나눠 팔면, 소득이 높은 자녀가 한꺼번에 파는 것보다 세율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부동산보다 주식은 현금화가 훨씬 수월합니다. 부동산은 매수자를 구하고 계약과 등기를 거치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주식은 시장에서 즉시 매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투자 자산의 비중을 조금씩 줄이고 현금성 자산으로 재편하는 것이, 세금 측면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역시 자산 규모와 상황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어, 실행에 앞서 개별 상담이 필요합니다.

     

    요약: 부모가 생전에 자산을 팔거나 넘겨도 그 시점에 부모가 자본이득세를 내야 해, 세금 부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언제, 누구의 소득으로 내느냐에 따라 세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론

    "상속세가 없다"는 말 한마디로 어느 나라가 유리하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현금과 살던 주택은 호주가 유리하지만, 투자용 부동산과 주식은 오히려 한국이 유리하게 뒤집힙니다. 상속세 하나만 떼어놓고 "어느 나라가 유리하다"고 말하는 건 절반의 진실일 뿐입니다.

    제가 두 나라의 세법을 나란히 놓고 보며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호주에서 상속세가 없다는 말의 진짜 의미는, 현금 같은 자산은 비과세이지만 나머지 자산은 세금을 걷는 시점과 대상이 뒤로 옮겨졌다는 뜻에 가깝습니다. 호주에 사는 한인이라면, 그리고 한국과 호주 양쪽에 자산이 있다면 더더욱, 어떤 자산을 어떤 형태로 남길지를 미리 그려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절세입니다.

    참고: Capital gains tax on inherited property (호주 국세청 ATO)

    글쓴이 | Extra Wage
    한국 대기업에서 22년 동안 회계·세무·자금 업무를 맡아 CFO로 퇴직했고, 지금은 호주에서 10년 넘게 자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직접 겪은 경험으로 경제 이야기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