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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22년 동안 월급에서 국민연금을 냈고, 호주에서는 사장으로서 직원들의 퇴직연금인 슈퍼애뉴에이션(Superannuation)을 내고 있습니다. 내는 쪽과 받는 쪽을 두 나라에서 모두 겪어 보니 차이가 분명하게 보였습니다.
한국은 더 많이 내지만, 퇴직금을 중간정산하거나 퇴직할 때 목돈으로 받아 노후 전에 써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호주는 덜 내지만 60세까지 꺼낼 수 없게 끝까지 묶어 둡니다.
두 나라 제도는 짝이 맞습니다. 회사가 쌓아 주는 한국 퇴직금은 호주 슈퍼와, 평생 받는 국민연금은 호주 에이지 펜션(Age Pension)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다만 에이지 펜션은 따로 내는 보험료 없이 세금으로 줍니다. 내는 돈, 쌓는 돈, 평생 받는 돈으로 나눠 두 나라의 노후 연금을 비교해 봤습니다.
보험료 18% 대 12%, 한국은 직원도 내고 호주는 사장만 낸다
한국 직장인의 노후 자금은 두 갈래로 쌓입니다. 국민연금 보험료는 2026년부터 월급의 9.5%로 올랐고, 회사와 직원이 4.75%씩 나눠 냅니다(출처: 다음 뉴스). 여기에 회사가 1년 일할 때마다 30일분의 평균임금, 대략 임금의 8.33%를 퇴직금으로 쌓습니다. 합치면 월급의 약 17.8%이고, 그중 4.75%는 직원 월급에서 바로 빠져나갑니다.
호주는 슈퍼 하나입니다. 2021년 10%에서 해마다 0.5%포인트씩 올라 2025년 7월부터 기본 근무 시간 임금의 12%가 됐고, 이 12%를 고용주가 전부 냅니다. 직원 월급에서 빠지는 돈은 없습니다.
숫자만 보면 한국 사장의 부담(약 13.1%)이 더 크지만, 실제로 내 보면 호주가 훨씬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호주는 시급 자체가 한국보다 많이 높아서, 그 위에 얹는 12%의 금액이 크기 때문입니다. 저도 제 회사에서 급여를 받기 때문에 제 몫의 슈퍼를 함께 내고, 여유가 있을 때는 추가로 더 넣기도 했습니다.
- 한국: 국민연금 9.5%(회사·직원 4.75%씩) + 퇴직금 약 8.33% = 약 17.8%
- 호주: 슈퍼 12%, 고용주 전액 부담
- 직원 월급에서 빠지는 돈: 한국 4.75%, 호주 0%

중간에 받는 퇴직금, 60세까지 묶이는 슈퍼
문제는 쌓은 돈이 노후까지 가느냐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임원이 되는 시점에 그동안의 퇴직금을 정산받았고, 임원에서 물러날 때 임원 퇴직급여를 또 한 번 일시금으로 받았습니다. 두 번 다 연금이 아니라 목돈이었습니다.
저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2025년 퇴직연금을 받기 시작한 60만 1천 명 가운데 83.5%가 일시금으로 받았고, 연금으로 받은 사람은 16.5%에 그쳤습니다(출처: 파이낸셜뉴스). 월급의 8.33%를 꼬박꼬박 쌓아도, 상당 부분은 노후 연금이 되기 전에 목돈으로 쓰이는 셈입니다.
호주 슈퍼는 원칙적으로 60세가 되기 전에는 꺼낼 수 없습니다. 다만 호주도 예외가 있었습니다. 코로나 시기 정부가 조기 인출을 허용하자 약 300만 명이 380억 호주달러를 꺼냈고, 그중 100만 명 가까이는 계좌를 거의 비웠습니다(출처: 호주 퇴직연금협회). 묶어 두는 제도도 위기 앞에서는 쉽게 풀린다는 것을 보여 준 장면이었습니다.
평생 받는 국민연금, 세금으로 받치는 에이지 펜션
평생 받는 연금으로 보면 두 나라의 구조가 다릅니다. 한국 국민연금은 낸 만큼 받는 보험이라, 죽을 때까지 매달 받고 물가에 맞춰 금액이 오릅니다. 2026년 1월 기준 월평균 수령액은 약 69만 6천 원입니다(출처: 경향신문).
저는 그 가치를 알기에 호주에 와서도 국민연금을 끊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임의가입으로 매달 약 62만 원을 내고 있고, 그동안 내지 못한 기간은 추후납부로 한꺼번에 채울 계획입니다. 해외에 산다고 국민연금을 포기하기에는 평생 연금이라는 장점이 너무 큽니다.
호주에서 평생 받는 연금 역할을 하는 것은 에이지 펜션(Age Pension)입니다. 낸 돈이 아니라 세금으로 주는 복지라서, 재산과 소득이 적은 사람일수록 많이 받습니다. 슈퍼는 쌓인 만큼만 쓰다가 바닥나면 끝이지만, 그 아래를 에이지 펜션이 받쳐 주는 구조입니다.
결국 한국은 더 많이 내고도 퇴직금이 새는 구조이고, 호주는 덜 내는 대신 세금으로 바닥을 받치는 구조입니다. 한국이 지금처럼 퇴직금을 목돈으로 쓰는 문화를 바꾸지 못하면, 18%를 내고도 노후가 불안한 상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론
노후 연금은 얼마나 많이 내느냐보다 끝까지 지키느냐가 더 중요했습니다. 한국은 월급의 18% 가까이를 쌓지만 퇴직금이 중간에 목돈으로 빠져나가고, 호주는 12%를 쌓아 60세까지 묶어 둡니다. 2026년 머서 CFA 글로벌 연금지수에서도 호주는 80.6점으로 처음 A등급을 받았고, 한국은 56.4점으로 C등급에 머물렀습니다(출처: Mercer).
한국에서 퇴직금을 받으신다면 바로 쓰기보다 개인형 퇴직연금(IRP)에 넣어 연금으로 받는 방법을 먼저 따져 보시길 권합니다. 해외에 사신다면 국민연금을 끊기 전에 임의가입과 추후납부를 꼭 확인해 보세요. 평생 받는 연금은 한 번 끊으면 다시 만들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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