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한국 대기업에서 회계와 경영관리를 하다가 호주에 와서 10년 넘게 가게를 운영했습니다. 테이크어웨이 가게는 6곳까지 늘었고, 한식 바비큐 레스토랑까지 합치면 한때 7개의 가게를 운영했습니다. 지금은 테이크어웨이 가게 3곳만 남았습니다.
장사가 안돼서 줄인 것이 아닙니다. 가게들은 매출 변화를 느끼기 어려울 만큼 늘 바빴습니다. 잘되는 가게를 왜 스스로 줄였는지, 늘리는 법과 내려오는 법을 정리해 봤습니다.
대기업식 표준화로 늘린 테이크어웨이 가게 6곳
가게를 늘릴 수 있었던 비결은 첫 가게에서 만든 기준이었습니다. 레시피와 업무 매뉴얼을 모두 문서로 만들었고, 새 가게를 열 때는 숙련된 직원을 보내 가게가 안정될 때까지 운영하면서 새 직원 교육까지 맡겼습니다. 어느 가게에서 먹어도 같은 맛이 나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가장 공을 들인 것은 발주였습니다. 가게들이 지방에 있어서 재료는 일주일에 한 번 시드니의 공급업체에서 받았습니다. 창고 없이 운영하는 가게가 많았고 재료 대부분이 냉장·냉동 제품이라, 모자라면 일주일을 버틸 수 없고 남으면 둘 곳이 없었습니다. 작은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래서 가게마다 재고조사 양식을 만들어 주고, 정해진 요일에 재고를 세어 온라인으로 보내도록 했습니다. 저는 가게별·재료별 주간 필요량을 엑셀에 정리해 두어, 재고 숫자만 넣으면 주문 수량이 자동으로 계산되게 했습니다. 직원들은 무엇을 몇 개 주문할지 고민할 필요 없이 재고만 세면 됐고, 주문은 모두 제가 직접 했습니다.

- 레시피·업무 매뉴얼 문서화
- 새 가게에 숙련 직원 파견, 안정될 때까지 운영과 교육 담당
- 주 1회 재고조사 → 엑셀 자동 계산 → 사장이 직접 일괄 주문
장사가 잘되는데도 확장을 멈춘 이유
6곳을 넘어서자 한계가 보였습니다. 모든 주문과 관리가 제 손을 거치는 구조는 가게가 적을 때는 강점이었지만, 더 늘리려면 별도의 관리 인력과 시스템 투자가 필요했습니다.
직원은 많을 때 40명이 넘었는데, 풀타임부터 일주일에 10시간 남짓 일하는 직원까지 섞여 있어 관리할 사람과 일정은 숫자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은퇴를 생각할 나이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더 늘리지 않고, 하나씩 줄여 가기로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장사가 잘될 때 가게를 늘렸다가 무너지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2024년 통계를 보면 2018년에 창업한 기업 중 5년 뒤에도 살아남은 곳은 36.4%뿐이고, 숙박·음식점업은 폐업률이 14.7%로 업종 가운데 높은 편입니다(출처: 헤럴드경제).
확장을 결정하는 기준은 매출이 아니라 사장이 관리할 수 있는 범위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매출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관리할 수 없는 곳까지 늘리면, 잘되던 가게까지 함께 흔들립니다.
시세보다 40% 싸게, 직원에게 넘긴 가게
가게를 줄일 때 2곳은 오래 함께 일한 직원들에게 시세보다 40% 정도 싸게 넘겼습니다. 돈에 욕심이 없는 사람은 없고, 저도 제값을 받고 팔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움켜쥐기보다 함께 일군 것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창업은 누구에게나 어렵지만, 몇 년 동안 가게가 돌아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직원이라면 가장 실패할 확률이 낮은 창업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넘긴 뒤에도 같은 브랜드를 쓰고 있어서 가격 정책을 똑같이 맞추고, 공급업체와 협상해 낮춘 단가를 지금도 함께 적용되게 하고 있습니다.
제 가게에서는 매니저로 일했지만 이제는 자기 가게라 더 열심히 하다 보니, 매출이 제가 운영할 때보다 더 올랐습니다. 인수할 때 예상한 것보다 이익이 훨씬 많이 남는 것을 보고, 제가 지금 운영하는 가게도 사겠다고 말하곤 합니다.
직원이 사장이 되어 더 잘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가게를 늘릴 때와는 다른 보람이었습니다.
결론
자영업의 성공은 얼마나 많이 늘리느냐만으로 정해지지 않습니다. 언제 멈추고 어떻게 내려오느냐까지가 성공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가게를 늘릴 때 만든 기준과 시스템이 있었기에, 내려올 때도 직원에게 가게를 안심하고 넘길 수 있었습니다.
가게를 늘릴 계획이라면 먼저 내가 없어도 가게가 같은 맛과 같은 방식으로 돌아가는지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내려올 때를 생각해, 가게를 이어받을 수 있는 사람을 미리 키워 두는 것도 좋은 출구 전략이 됩니다.
'자영업·창업'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세무사 결산을 기다리지 않는다, 매일 만드는 가게 손익계산서 (포스 정산, 감가상각, 감사) (0) | 2026.10.28 |
|---|---|
| 월급의 18%를 내는 한국, 12%를 내는 호주, 노후 연금은 누가 더 든든할까 (보험료, 퇴직금, 국민연금) (0) | 2026.10.26 |
| 손님 70%가 호주 사람, 110석 한식 바비큐집을 8년 운영하며 배운 것 (한식당, 호주 손님, 레스토랑) (0) | 2026.10.22 |
| 세입자 천국인 줄 알았던 호주, 재계약 거절에 7만 달러를 잃다 (퇴거 통보, 인테리어 지원금, 상가임대차보호법) (0) | 2026.10.20 |
| 실수 하나에 가산세 셋, 한국과 호주 세금은 왜 이렇게 다를까 (원천세, ATO, 슈퍼애뉴에이션) (0) | 2026.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