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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동안 전국에서 절 4,590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하루에 하나 이상 꼴입니다. 오대산 월정사 근처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저로서는 이 숫자가 단순한 통계로 읽히지 않습니다. 부도군 앞에서 안대를 하고 돌을 더듬던 그 풍경이, 지금 어딘가에서 잡초에 묻혀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절이 사라진다는 건, 숫자 이전에 풍경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 강릉에서 할머니와 살았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이 되면 강릉 시내 한복판에 연등 퍼레이드가 펼쳐졌어요. 할머니 손을 잡고 인도 가장자리에 서서 형형색색의 등이 지나가는 걸 한참 바라보던 기억이 지금도 선합니다. 그때 불교는 특정 종교인의 것이 아니라, 어떤 의미에서 온 동네 사람들의 문화 행사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이하 종단협)가 2024년에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그 풍경이 얼마나 빠르게 달라졌는지 실감하게 됩니다. 종단협이란 우리나라 불교 종단 서른 곳이 모여 만든 협의체로, 1967년에 설립된 한국 불교의 대표 기구입니다. 이곳이 10년 만에 대대적인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2014년 14,742개였던 사찰 수가 2024년에는 10,152개로 줄었습니다(출처: 한국불교종단협의회). 31.4%, 그러니까 열 곳 중 세 곳이 10년 만에 사라진 겁니다.
정사(正師), 즉 정식으로 등록된 승려 수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정사란 종단에 정식 등록을 마친 출가 수행자를 가리킵니다. 2014년 35,117명이던 정사가 2024년에는 21,383명으로 줄었습니다. 13,734명이 사라졌고, 비율로 치면 약 39%입니다. 절이 줄어드는 속도보다 스님이 줄어드는 속도가 더 빠른 셈입니다.
20년 만에 5분의 1, 스님이 되려는 사람이 없다
출가(出家)란 세속의 삶을 떠나 수행자의 길에 들어서는 것을 말합니다. 절에 처음 들어간다고 바로 스님이 되는 건 아닙니다. 먼저 행자(行者) 생활을 거쳐야 합니다. 행자란 절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수행의 기초를 익히는 예비 단계를 가리킵니다. 이후 사미계(남성)·사미니계(여성)를 받아 예비 승려 자격을 얻고, 4년가량 더 수행한 뒤 구족계(具足戒)를 받아야 비로소 비구·비구니, 즉 정식 스님이 됩니다.
그 첫 관문인 사미계·사미니계를 받는 사람이 2022년에 61명까지 떨어졌습니다. 2005년만 해도 319명이었으니, 20년 만에 5분의 1 수준이 된 겁니다. 2023년 여든 명대, 2024년 81명, 2025년 99명으로 여전히 두 자릿수에서 맴돌고 있습니다. 이 중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도 있으니 실제 구족계까지 이르는 사람은 이보다 더 적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한불교조계종은 출가 가능 연령 상한선을 기존 만 40세에서 만 50세로 올렸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원로 스님들 사이에서는 나이 제한 자체를 없애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대목에서는 마음이 좀 복잡했습니다. 문을 최대한 넓게 열어두는 것이 단기 처방은 될 수 있어도, 근본적인 해법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조계종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스님의 결혼을 허용하는 태고종도 10~20년 전 대비 출가자 수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밝혔고, 교세는 유지되고 있다는 천태종도 출가자 수는 제자리걸음이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제가 목격한 신뢰의 균열
통계청이 10년 주기로 실시하는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불교 신자 수는 2005년 1,058만 명에서 2015년 761만 명으로 10년 사이 약 29% 감소했습니다(출처: 통계청). 이 조사에서 불교는 처음으로 개신교에 신자 수 1위 자리를 내줬습니다. 탈종교화(脫宗敎化), 즉 사람들이 점점 종교와 거리를 두는 현상이 불교에 특히 가파르게 나타난 것입니다.
거시적으로는 탈종교화와 저출생·고령화가 맞물린 결과이지만, 저는 다른 원인도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월정사 부도군 앞에서 안대를 하고 놀던 어린 시절, 스님은 세속과 분리된 경건한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접한 건 파계 스님들의 소식과 종단 내 재정 분쟁, 조계사 경내에서 권력을 두고 다투는 스님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일반 대중과 다를 바 없이 돈과 권력에 매달리는 그 모습이, 어릴 때 쌓아온 신뢰를 조금씩 허물었습니다.
여기에 시대 변화도 겹칩니다. 과거 극빈층에게 절은 의식주와 배움을 보장하는 마지막 안식처였고, 출가에는 생존의 동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즐길거리와 기회가 넘치는 지금, 새벽 3시에 일어나 평생 독신으로 수행할 젊은이는 많지 않습니다. 신뢰의 균열과 시대 변화, 이 두가지 흐름이 겹쳐 지금의 위기를 만들어냈다고 저는 봅니다.
힙불교 열풍, 반전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요 몇 년 사이 흥미로운 현상이 생겼습니다. 이른바 힙불교(hip佛敎) 열풍입니다. 여기서 힙(hip)이란 젊은 세대가 쓰는 표현으로, 세련되고 개성 있어서 멋지다는 뜻입니다. 즉 힙불교는 전통적인 불교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해 젊은 층에게 어필하는 흐름을 말합니다.
스님이 신나는 음악에 맞춰 "부처핸섬"을 외치는 영상이 온라인에서 크게 퍼졌고, "극락도 락(樂)이다" 같은 위트 있는 문구가 유행하며 사찰 굿즈(기념품)가 품절 사태를 빚었습니다. 서울에서 열린 국제불교박람회에는 관람객 25만 명이 몰렸는데, 그 대부분이 20·30대였습니다. 제 경험상 불교 관련 행사에서 젊은 층이 이렇게 많은 건 전에 없던 풍경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의 배경으로 '멘탈 케어 수요'를 꼽습니다. 치열한 경쟁과 불안 속에서 불교의 "내려놓음"과 "지금 이 순간에 집중"이라는 메시지가 위로로 다가온다는 겁니다. 템플 스테이(temple stay), 즉 사찰에서 하룻밤을 머물며 수행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비슷한 맥락에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종교 설문에서 불교에 관심 있다는 20대 비율이 2016년 25.2%에서 2024년 30.6%로 오히려 늘어난 것도 이런 흐름과 맥을 같이합니다.
다만 저는 이 대목에서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불교 굿즈를 사고 템플 스테이를 즐기는 것과, 머리를 깎고 평생 출가자의 삶을 선택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힙불교 열풍이 가장 뜨겁던 시기에도 출가자 수는 두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불교계가 단기 출가 체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출가 안내 책자를 내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관심이 결단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입니다.
결론
월정사 부도군 앞에서 안대를 하고 차가운 돌을 더듬던 그 기억은 저에게 단순한 추억이 아닙니다. 그 풍경 안에는 1,600년 세월 동안 이 땅에서 사람들이 기대고 위로받아 온 무언가가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 무언가가 조용히, 그리고 빠르게 사라지고 있습니다.
힙불교가 불씨를 다시 살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어릴 때 불교에 가졌던 경건한 신뢰가 스님들의 세속적 다툼 앞에서 하나씩 무너졌던 것처럼, 신뢰의 회복 없이는 어떤 캠페인도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문화로서의 불교와 신앙으로서의 불교가 함께 살아 숨 쉬려면, 내부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산속 새벽 목탁소리가 그저 옛 사진 속 풍경으로만 남지 않으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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