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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

은행 대출 대란 (은행 문턱, 신용만점자, 신용인플레이션)

Extra Wage 2026. 9. 23. 12:43

목차


    신용 점수 900점이 넘는 고신용자가 은행 신용대출 문턱에서 밀려나 저축은행 같은 제 2 금융권을 찾고 있습니다. 저도 신입사원 시절 팀장의 권유로 덜컥 대출 보증을 섰다가 몇 년을 조마조마하며 살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 뼈저리게 배운 게 하나 있다면, 대출은 받는 것보다 갚는 것이 훨씬 어렵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지금 은행 대출 시장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 시절의 아찔했던 감각이 다시 살아납니다.

    은행 문턱이 갑자기 높아진 진짜 이유

    솔직히 저는 한동안 이 상황이 왜 벌어지는지 몰랐습니다. 신용 점수가 높으면 대출을 잘 받는 것 아닌가, 그게 상식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들여다보니 문제의 출발은 개인 신용이 아니라 은행 자체의 '대출 총량 규제'였습니다.

    정부는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전년 말 대비 1.5% 이내로 억제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습니다. 가계부채(家計負債)란 가구가 금융기관에 지고 있는 빚의 총합을 말하는데, 이것이 GDP 대비 과도하게 높아지면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 목표치를 은행별 대출 한도로 직접 쪼개 관리하다 보니, 한도를 다 쓴 은행들이 사실상 창구를 닫아버리는 상황이 생긴다는 점입니다.

    결과가 수치로 드러났습니다. 5대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평균 신용 점수가 올해 4월 915점에서 6월에는 926점으로 두 달 만에 11점 뛰어올랐습니다. 마이너스통장 이용자의 평균 점수도 같은 기간 958점에서 962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대학 정원이 반토막 났는데 시험 수준은 그대로라면 커트라인이 폭등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빌려줄 수 있는 총량 자체가 줄었으니 심사 기준이 극단적으로 올라간 것입니다.

    요약: 은행 대출거절의 핵심 원인은 개인 신용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가계부채 총량 규제로 인한 대출 한도 소진이다.

     

    신용만점자가 저축은행을 찾는 이유

    1금융권에서 거절당한 고신용자들이 향한 곳은 저축은행과 카드사 같은 2금융권(이금융권)이었습니다. 이금융권이란 은행법의 적용을 받는 시중은행과 달리 상호저축은행법, 여신전문금융업법 등 개별 법령으로 규율되는 금융기관을 통칭합니다. 쉽게 말해 예금금리는 조금 더 주고 대출금리는 더 비싼, 신용이 다소 아쉬운 분들이 주로 이용하던 창구입니다.

    올해 2분기, 신용 점수 900점 이상의 고신용자가 이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건수는 831건을 넘어서며 직전 분기 대비 20% 급증했습니다. 심지어 신용 점수 1,000점 만점자가 이금융권 창구를 찾은 사례도 수십 건이 확인됐습니다. 제가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만점짜리 고객이 더 비싼 이자를 내야 하는 곳으로 간다는 것이 현실이 됐으니까요.

    여기서 풍선효과(Balloon Effect)가 발생합니다. 풍선효과란 한 부분을 누르면 다른 부분이 부풀어 오르듯, 규제로 막힌 한쪽의 압력이 다른 곳으로 전이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고신용자들이 이금융권으로 내려와 자리를 채우자, 원래 그 자리를 이용하던 중저신용자들은 갈 곳이 사라졌습니다. 실제로 저축은행의 300만 원 이하 소액 신용대출 잔액은 1년 전보다 19% 늘었고, 5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로 폭증한 상태입니다(출처: 금융감독원).

    더불어 신용사면(信用赦免) 문제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신용사면이란 과거 연체 이력 등으로 신용 점수가 낮아진 사람들의 불이익 기록을 일정 요건 충족 시 삭제해 주는 제도입니다. 정권마다 반복적으로 실시되어온 이 제도 덕분에 신용 점수 900점 이상 고신용자 비율이 2020년 40.8%에서 2026년 1분기에는 48.1%로 무려 7.3%포인트나 높아졌습니다. 고신용자 풀이 넓어지니 경쟁이 치열해지고, 정작 신용을 오래 잘 관리해온 사람이 역차별을 받는 기이한 구조가 만들어진 셈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구조적 왜곡은 한번 굳어지면 단기간에 바로잡기가 몹시 어렵습니다.

    • 시중은행 대출 한도 소진 → 고신용자 이금융권으로 이동
    • 이금융권 고신용자 점유 → 중저신용자 대출 거절 증가
    • 중저신용자 이금융권마저 거절 → 불법 사금융 또는 금융 소외
    • 신용사면 반복 → 고신용자 비율 인위적 상승, 경쟁 심화
    요약: 규제가 만들어낸 풍선효과로 고신용자는 이금융권으로, 중저신용자는 금융시장 밖으로 밀려나는 연쇄 이탈이 진행 중이다.

     

    신용인플레이션 시대, 지금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보증과 별개로, 신입사원 시절 제 이름으로 받은 대출 1천만 원도 처음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였습니다. 주식도 해보고 만기가 되면 연장하고, 또 연장하고. 그렇게 자발적 상환이 아니라 만기 연장과 차환(借換)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그 빚이 제 발목을 잡고 있더군요. 차환이란 기존 대출을 새로운 대출로 갚아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인데, 이것이 습관이 되면 이자 비용은 계속 쌓이고 원금은 줄지 않는 함정에 빠지게 됩니다.

    지금 시장 상황은 이런 개인의 함정이 구조적으로 확대된 모습입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란 연간 소득 대비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의 비율을 말하는데, 이 규제가 강화되면서 카드론 같은 장기 대출 접근은 어려워졌습니다. 반면 현금서비스나 리볼빙처럼 DSR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단기 고금리 상품 잔액은 오히려 가파르게 늘고 있습니다. 규제가 촘촘한 곳은 막히고 느슨한 곳으로 돈이 쏠리니, 개인이 지는 부채의 형태 자체가 점점 더 위험해지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제가 이 상황에서 중요하다고 보는 건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지금 당장 본인의 DSR 수치를 직접 계산해보는 것입니다. 거래하는 금융 앱이나 대출 상담 창구에서 간단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막연히 유지하기보다, 실제 사용하지 않는 한도를 스스로 줄여두는 것입니다. 은행은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부여하는 순간 대출 총량에 반영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는 한도도 본인의 DSR 부담으로 잡힐 수 있습니다. 한번 받아둔 대출이나 한도는 상환하기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걸, 저는 직접 겪으면서 배웠습니다.

    요약: 규제 사각지대의 단기 고금리 부채가 늘어나는 지금, DSR 점검과 불필요한 대출 한도 정리가 현실적인 개인 대응책이다.

     

    결론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한다는 방향 자체는 맞습니다. 제가 직접 대출의 무게를 경험해봤기에, 빚이 개인과 사회 모두에 어떤 부담을 주는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런데 지금처럼 총량 규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다 보니, 정작 규제가 막아야 할 무분별한 투기성 대출보다 실수요자와 서민들의 긴급 자금 수요가 먼저 막히는 아이러니가 생겼습니다.

    신용인플레이션, 풍선효과, DSR 사각지대 확대.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지금이 오히려 개인의 재무 구조를 차분히 점검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사용하지 않는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줄이고, 차환을 반복하고 있는 대출이 있다면 상환 계획을 다시 세우는 것, 그리고 본인의 DSR 수치를 한 번이라도 직접 확인해보는 것. 이 작은 점검들이 이 혼란한 시장에서 스스로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참고: '고신용=은행' 공식 흔들…900점대도 2금융권으로 (조세금융신문)

    글쓴이 | Extra Wage
    한국 대기업에서 22년 동안 회계·세무·자금 업무를 맡아 CFO로 퇴직했고, 지금은 호주에서 10년 넘게 자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직접 겪은 경험으로 경제 이야기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