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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

한국은행도 다시 사는 금, 나도 사야 할까?(금 비중, 개인 투자)

Extra Wage 2026. 9. 21. 20:26

목차


    솔직히 저는 금을 '투자 자산'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2000년대 초 첫째, 둘째 아이 돌잔치 때 받았던 1돈짜리 금반지가 금에 대한 기억의 전부였으니까요. 당시 1돈에 4~5만 원 하던 그 반지가, 지금은 몇 배가 훌쩍 넘는 가격이 됐다는 걸 뒤늦게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은행이 13년 만에 금 매입을 재개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이게 단순한 중앙은행의 자산 운용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외환 보유액의 1.1%, 한국은행이 금 비중을 늘리는 이유

    한국은행이 보유한 금은 현재 104.4톤입니다. 금을 사들인 원가 기준으로는 외환보유액 약 4,279억 달러의 1.1%, 지금 시세로 쳐도 3.5% 정도에 불과합니다(출처: 경향신문). 유가증권이 88.8%를 차지하는 구조에서 금은 사실상 장식에 가까운 수준이었고, 이 비중은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최하위권에 해당합니다.

    이번에 한국은행이 계획 중인 신규 매입 규모는 연평균 최대 5톤 안팎으로 전망됩니다. 수치만 보면 크지 않아 보이지만, 이 결정의 맥락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핵심은 리밸런싱(Rebalancing)입니다. 여기서 리밸런싱이란 특정 자산에 쏠린 외환보유액 포트폴리오의 비중을 조정해 전체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을 의미합니다. 달러 자산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지금 구조에서, 금의 비중을 조금이라도 늘리는 것 자체가 방향 전환의 선언인 셈입니다.

    이 배경에는 탈달러화(De-dollarization) 흐름이 있습니다. 탈달러화란 국제 거래와 외환 보유에서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대안 자산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이 러시아의 달러 자산을 동결한 사건이 기폭제가 됐습니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들이 달러 대신 금 보유를 빠르게 늘리기 시작했고, 한국도 이 흐름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판단이 이번 결정의 밑바닥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는 국제 시장에서 달러로 금을 매입했지만, 이번에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국내 제련 수출 물량을 원화로 매입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이렇게 하면 외환보유고를 소진하지 않으면서도 실물 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보관 방식도 과거 영란은행 위탁에서 한국예탁결제원으로 바꾸고, 금 ETF(Exchange Traded Fund) 같은 자산 형태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금 ETF란 실물 금을 직접 보유하는 대신 금 가격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장 펀드로, 보관·운송 비용 없이 금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수단입니다. 매입 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블록딜 방식을 택한 것도 이전과 달라진 점입니다.

    한국은행이 13년간 금을 사지 않았던 이유도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2013년 당시 금값 하락으로 1조 원대의 평가 손실이 발생했고, 이것이 트라우마로 작용했습니다. 그런데 10년이 지나 돌아보니 그 매입은 오히려 큰 수익을 기록한 투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금은 단기 조정이 있어도 역사적으로 전고점을 회복해온 자산이라는 점에서, 장기 보유 전략의 유효성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입니다. 골드만삭스는 금 목표가로 온스당 4,900달러를 제시하고 있으며(출처: Goldman Sachs), JP모건 역시 현재의 가격 조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 외환보유액 중 금 비중: 원가 기준 1.1%, 시가 기준 약 3.5% (유가증권 88.8%와 극명한 대비)
    • 신규 매입 규모: 연평균 최대 5톤 안팎, 원화 기반 국내 제련 물량 매입 방식
    • 보관 변경: 영란은행 위탁 → 한국예탁결제원 + 금 ETF 병행
    • 매입 방식: 시장 충격 최소화를 위한 블록딜 형태 적용
    요약: 한국은행의 13년 만의 금 매입 재개는 단순 투자가 아닌 탈달러화 대응과 외환보유액 리밸런싱을 위한 구조적 전략 전환이며, 매입 방식까지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한국은행처럼 못사도, 개인은 이렇게 금에 투자하면 된다

    제가 처음 금을 실감한 건 투자 뉴스가 아니라 아이들 돌잔치였습니다. 2000년대 초, 1돈짜리 금반지가 4~5만 원 수준이던 시절에는 누구나 부담 없이 돌 선물로 금반지를 건넸습니다. 금이 녹슬거나 변질되지 않는다는 특성이 "아이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상징과 맞아떨어졌고, 첫 돌을 무사히 넘겼다는 축하의 의미도 담겨 있었습니다. 지금은 같은 1돈에 50만 원을 훌쩍 넘기 때문에, 돌잔치 선물 문화 자체가 현금이나 상품권 중심으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 변화가 금값 상승을 체감하는 가장 솔직한 지표였습니다.

    주변에서 금 투자로 손실을 본 사례도 여럿 봤습니다. 금값이 오를 때 뒤늦게 진입했다가 조정 구간에서 버티지 못하고 계좌를 정리한 지인들이 꽤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투자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그 타이밍의 잔인함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단기 시세 추종이 얼마나 위험한지 몸으로 이해했습니다.

    한국은행을 따라서 금을 사야겠다는 생각, 저도 솔직히 잠깐 들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차이를 짚어야 합니다. 한국은행은 수십 년을 내다보는 초장기 투자자입니다. 10년간 평가 손실을 안고도 버텨서 결국 수익으로 전환시킨 기관입니다. 개인이 그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개인 투자자 관점에서 금 투자를 고려한다면, 분산 차원에서 포트폴리오의 5~10% 수준으로 접근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방법으로는 KRX 금시장이나 금 ETF를 활용한 분할 매수(DCA, Dollar Cost Averaging) 전략이 자주 언급됩니다. 여기서 DCA란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나눠 매수함으로써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방식을 말합니다. 실물 금을 직접 살 경우 부가세와 수수료가 약 15%에 달한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 비용 자체가 상당한 기회비용이 됩니다.

    한 가지 반가운 변화가 있습니다. 한국거래소(KRX)가 2026년 4월 금시장 규정·시행세칙을 개정해, 그동안 국내 업체가 사실상 독점해온 공급망을 개방하기로 했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KRX). 국내 금값이 국제 시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해소하려는 조치입니다. 공급망이 다변화되면 가격 투명성이 높아지는 건 분명하므로 환영할 만한 방향이라고 봅니다. 다만 규제 변화가 실제로 시장에서 어떤 효과를 낼지는 아직 완전히 검증된 상태가 아닙니다. 개정이 시행된 뒤 실제 가격 흐름을 지켜보면서 판단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약: 개인은 한국은행의 초장기 전략을 그대로 모방하기보다, KRX 금시장·금 ETF를 활용한 분할 매수로 포트폴리오의 5~10% 수준에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결론

    돌잔치 금반지 하나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중앙은행의 탈달러화 전략까지 이어진다는 게 제 경험상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습니다. 한국은행의 이번 금 매입 재개는 수익을 노린 투기적 판단이 아니라,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외환보유액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리밸런싱하려는 구조적 선택입니다. 10년간 평가 손실을 버텨낸 기관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그 무게가 다릅니다.

    개인의 입장에서 이 흐름을 참고하되, 한국은행의 초장기 보유 전략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저는 금을 안전 자산의 일부로, 포트폴리오의 5~10% 수준에서 KRX 금시장이나 금 ETF를 통해 분할 매수(DCA)로 접근하는 방식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봅니다. KRX 공급망 개방이라는 변화도 긍정적이지만, 실제 효과가 시장에서 검증되는 속도를 지켜보면서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금은 빠르게 사고파는 자산이 아니라, 느리게 쌓아가는 방어막입니다.

    참고: 한국은행 금 보유와 외환보유액 구성 (경향신문)

    글쓴이 | Extra Wage
    한국 대기업에서 22년 동안 회계·세무·자금 업무를 맡아 CFO로 퇴직했고, 지금은 호주에서 10년 넘게 자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직접 겪은 경험으로 경제 이야기를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