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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 산 지 10년이 됐지만, 석 달마다 날아오는 전기요금 고지서는 아직도 열어 보기가 겁납니다. 냉장고와 쇼케이스, 조리 기구를 하루 종일 돌리는 제 음식점에서 전기요금은 인건비, 임차료와 함께 빠지지 않는 큰 비용입니다. 한국에서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전기요금을 크게 신경 써 본 적이 없었습니다. 같은 전기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요? 호주와 한국의 전기요금과 발전 구조를 숫자로 나란히 놓고 따져봤습니다.

호주 전기요금, 한국의 2배가 넘는다
먼저 제 매장 고지서부터 펼쳐 보겠습니다. 매장 한 곳이 4~6월 석 달 동안 쓴 전기는 7,325kWh, 7월에 받은 고지서 청구액은 2,916.39호주달러였습니다. 사업자는 부가세(GST)를 돌려받으니 실제 비용은 부가세를 뺀 약 2,651달러, 1호주달러를 약 930원으로 환산하면 약 247만 원입니다. 1kWh당 약 336원입니다. 한국전력의 2025년 일반용(상업용) 평균 판매단가는 1kWh당 172.7원이었습니다(출처: 헤럴드경제). 같은 양을 한국에서 썼다면 약 127만 원, 석 달에 약 120만 원이 차이 납니다. 1년이면 매장 한 곳에서만 약 480만 원입니다.
가정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사는 지역은 뉴사우스웨일스주의 엔데버 에너지(Endeavour Energy) 송배전 구역입니다. 호주 에너지 규제 기관(AER)이 정한 2026~27년 이 지역 가정용 기준 요금(DMO)은 연간 4,900kWh 사용 기준 2,328호주달러입니다(출처: Canstar, WattEver). 한국 요금과 똑같이 부가세를 빼고 계산하면 약 197만 원, 1kWh당 약 402원입니다. 한국의 2025년 주택용 평균 판매단가는 159.0원이니, 같은 4,900kWh를 쓰면 약 78만 원입니다.
가게든 집이든, 호주의 전기는 한국보다 두 배에서 두 배 반 비쌉니다. 매장처럼 전기를 많이 쓰는 자영업자에게 이 차이는 그대로 원가가 되고, 결국 메뉴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 제 매장(4~6월 석 달분): 호주 1kWh당 약 336원 vs 한국 일반용 172.7원, 약 2배
- 가정(연 4,900kWh): 호주 약 197만 원 vs 한국 약 78만 원, 약 2.5배
- 비교 기준: 양국 모두 부가세 제외, 1호주달러 약 930원
원전 있는 한국, 원전 없는 호주의 발전원 차이
두 나라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으로 전기를 만드느냐입니다. 한국은 2024년 전력 거래량의 32.5%를 원자력이 차지했고, LNG가 29.8%, 석탄이 29.4%, 신재생이 6.9%였습니다(출처: 이코노미스트). 전기 세 개 중 하나는 원전에서 나오는 셈입니다.
반면 호주는 1998년부터 법으로 원자력 발전을 금지하고 있어 원전이 한 기도 없습니다. 2025년 호주 전력은 석탄 43%, 태양광 20%, 풍력 약 13%였고, 화석연료가 61%, 청정에너지가 39%를 차지했습니다(출처: Ember). 오래된 석탄 발전소가 하나둘 문을 닫는 사이, 그 빈자리를 재생에너지와 비싼 가스 발전이 메우고 있습니다.
발전 단가를 보면 원전의 힘이 분명히 드러납니다. 2024년 한국의 정산단가를 기준으로 하면 원자력은 1kWh당 약 66원으로, 태양광(약 136원)이나 풍력(약 124원)의 절반 수준입니다(출처: 머니투데이방송). 한 번 지어 두면 날씨와 상관없이 24시간 안정적으로 싼 전기를 만들어 내는 기저 전원이 있느냐 없느냐가 두 나라 전기요금을 가르는 핵심입니다.
원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송배전 비용과 한전 부채
다만 두 배가 넘는 이 차이를 모두 원전 하나로 설명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호주 전기요금을 항목별로 쪼개 보면, 발전 원가인 도매 전력비는 32~44%이고, 송배전망 비용이 39~48%로 가장 큽니다(출처: WattEver). 한반도의 약 35배나 되는 땅에 인구 2,700만 명이 흩어져 사니, 전선을 깔고 유지하는 비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 부분은 원전을 지어도 줄어들지 않습니다.
한국의 싼 전기요금에도 숨은 청구서가 있습니다. 한국전력은 2021~2023년 누적 47조 8천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고, 부채는 206조 원에 이릅니다(출처: 헤럴드경제). 원가보다 싸게 팔아 온 부분이 빚으로 쌓인 것이고, 결국 언젠가는 요금이나 세금으로 우리가 갚아야 할 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전 단가가 낮은 원전이 없었다면, 한국의 요금은 지금보다 훨씬 높았거나 한전의 빚은 훨씬 더 컸을 것입니다. 원전이 전기요금을 낮추는 유일한 답은 아니지만, 빼놓을 수 없는 가장 큰 받침대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결론
호주에서 10년을 살며 비싼 전기요금을 몸으로 겪어 보니, 한국이 그동안 원전 덕분에 얼마나 싼 전기를 써 왔는지 새삼 느낍니다. 원전이 없는 나라에서 전기는 생활비이자 사업 원가를 압박하는 큰 짐입니다.
원전에는 안전과 폐기물이라는 분명한 숙제가 있고, 그 걱정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전기요금이 두세 배로 뛰면 그 부담은 가정과 자영업자, 그리고 전기를 많이 쓰는 제조업 전체에 돌아갑니다. 탈원전이냐 원전 확대냐를 따질 때, 이념보다 고지서의 숫자를 먼저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호주의 고지서가 그 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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